"러브 우발적 실수로 확산"…比 용의자 3명 일단 석방

  • 입력 2000년 5월 9일 23시 33분


컴퓨터 바이러스 ‘러브 버그’에 따른 피해가 세계적으로 100억달러(약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범인들이 당초 바이러스를 유포시킬 의도를 갖고 있었다기 보다는 우발적인 실수 때문에 바이러스가 유포됐을 지 모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9일 러브 바이러스의 특징과 유포 경위 등을 분석한 뒤 “바이러스를 만든 이들은 당초 널리 유포할 목적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이들은 필리핀에 있는 한 웹사이트에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패스워드(암호)를 훔치기 위해 이 바이러스를 만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바이러스가 퍼뜨려지고 만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은 세계 어디서든 컴퓨터 한 대와 인터넷 접속장치만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전자적 재난’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필리핀 경찰에 의해 8일 바이러스를 유포한 혐의로 체포됐던 은행직원 레오멜 라모네스(27)와 여자친구인 이레네 데 구스만(25), 구스만의 여동생 호셀린 등은 9일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풀려났다. 조벤시토 주노 수석 검사는 “추후 조사가 있을 때까지 일단 석방했다”고 밝혔다.

라모네스는 체포될 때 “나는 러브 바이러스와 아무 상관없으며 인터넷을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경찰이 억지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필리핀 경찰과 미 연방수사국(FBI), 인터폴(국제경찰) 요원들은 이에 앞서 라모네스의 거주지인 마닐라 시내의 한 서민아파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범행에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컴퓨터나 관련 장비는 찾지 못했다. 필리핀 당국은 러브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생한 5일 용의자의 주소지와 신원을 파악해냈지만 주말인 까닭에 체포영장을 제때 발부 받지 못해 체포가 늦어져 결국 용의자에게 증거를 없앨 시간을 주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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