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日총리 방한배경]金대통령과 얼굴익히기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05분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의 방한에는 세 가지 정도의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총리 취임 후 가장 가까운 나라의 국가원수와 대면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는 전화를 통해서도 자주 현안을 협의할 정도로 가까웠던 사이였다. 그러나 모리 총리는 김대통령과는 얼굴 익히기가 필요할 정도로 인연이 없어 시급히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일본으로서는 새 정부가 서방만을 중시한다는 인상을 약화시킬 필요도 있다. 모리총리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 걸쳐 러시아를 시작으로 G8정상들과 빠짐없이 만났다. 물론 7월의 오키나와(沖繩) G8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장국 총리로서 ‘명함 내밀기’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일본 외교의 서방중시 경향이 분명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모리총리는 한국방문을 통해 일본이 아시아를 경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G8회담에서 아시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명분도 살릴 수 있다.

양국 사이에 예기치 않았던 ‘현안’이 생긴 것도 모리총리의 방한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내달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은 일본이 북한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은 한국이 북한과 급격하게 관계개선을 할 경우 일본의 대북 영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22일부터는 도쿄(東京)에서 제10차 북-일 수교교섭 본회담이 열린다. 모리총리는 북-일 교섭의 진전상황을 한국측에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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