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개헌論 '솔솔'… 교전권 부인 9條개정 추진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3일은 일본의 헌법기념일이다. 일본헌법은 1947년 공포된 뒤 한 자도 고쳐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 일본은 개헌을 향해 치닫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총사령부(GHQ)가 만든 것이다. 전쟁포기, 군대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제9조로 인해 ‘평화헌법’으로 불려 왔다. 이후 개헌 논의는 금기시돼 왔다.

이런 분위기는 1월 중의원과 참의원에 ‘헌법조사회’가 설치되면서 급변했다. ‘조사’란 곧 ‘개헌’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언제 개정하느냐가 문제라는 분위기다. 양원 헌법조사회의 활동기간은 5년이다. 따라서 그 후 언제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참의원 헌법조사회는 2일 GHQ의 제헌 과정에 참여한 미국인 2명을 불러 공청회를 가졌다. 제헌 과정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미국이 제 입맛에 맞도록 만든 헌법을 일본에 강요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헌법 개정의 당위성을 선전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헌법개정은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주변국에는 큰 관심거리다.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으로 가는 길을 터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우려한다. 일본은 잘못된 유산을 청산하고 ‘보통국가’로 가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하다. 일본은 1년간 신 미일방위협력지침과 국기 국가법안 등 각종 법안을 통해 ‘강한 국가’를 지향해 왔다. 헌법개정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와 군사 면에서도 ‘대국’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에 대한 각 당의 견해를 보면 자민 자유 보수당은 개헌, 공산 사민당은 호헌, 민주 공명당은 ‘논헌(論憲)’이다. 자민당 등 거대 여당이 결심하면 개헌을 막을 수 없다.

개헌시 국민의 알권리, 환경권의 신설, 사생활 보호, 지자체의 권한 확대 조항 등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말할 것도 없이 ‘제9조’의 개정 여부다. 제9조가 개정되면 일본은 ‘패전국 일본’에서 ‘군사대국 일본’으로 극적인 탈바꿈을 하게 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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