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日-知韓派 잔인한 4월…선거참패-와병등 잇단 몰락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5분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상대국을 잘 아는 지일파(知日派)와 지한파(知韓派) 정치인들이 최근 들어 급격히 퇴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일양국의 안전판’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虛舟등 일본통 줄줄이 낙선▼

○…이번 한국의 16대 총선에서 일본과 깊은 관련이 있거나 일본에 관심이 많던 중진의원들이 대거 낙선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지일파의 영향력 저하’라는 기사를 통해 우려를 표시했다.

우선 한일의원연맹회장 대행인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과 간사장인 한나라당 양정규(梁正圭)의원이 낙선했다. 12명의 부회장 중 △민주당 손세일(孫世一) 조순승(趙淳昇) 채영석(蔡映錫) △한나라당 이웅희(李雄熙) 김정수(金正秀) 심정구(沈晶求) △자민련 김광수(金光洙) 정상구(鄭相九)의원 등 8명이 낙선하거나 불출마 또는 공천탈락했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한나라당 서정화(徐廷和) 김종하(金鍾河)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 등 4명만 겨우 살아남았다.

김윤환(金潤煥) 권익현(權翊鉉) 황낙주(黃珞周) 이중재(李重載) 신상우(辛相佑) 이동원(李東元) 정희경(鄭喜卿) 정석모(鄭石謨)의원 등 8명의 고문도 전원 원내진입에 실패했다.

여기에다 한일친선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수한(金守漢)의원도 원내진출에 실패했고 일본정계 원로들과 교분이 두터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마저 자민련의 총선참패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다.

○…현 정부의 ‘대일(對日) 파이프 라인’으로 한일의원연맹회장을 지낸 박태준(朴泰俊)총리가 남아 있긴 하나 일본의 집권 자민당을 상대할 정당 차원의 세력은 형성되지 못한 상태. 이 때문에 16대 원구성 후 다시 구성될 한일의원연맹 회장단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회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사람은 4선에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의 한국측 대표인물인 정몽준의원.

▼"파이프라인 사라지나" 우려▼

○…일본의 사정도 비슷하다. 대표적 지한파인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전총리는 지난해 4월부터 병원에 입원 중이며 6월 총선거를 앞두고 정계를 은퇴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상으로 일할 때부터 한국에 호의적이었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총리의 급작스러운 퇴진도 아쉬운 대목.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외교경험이 전혀 없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만나 얼굴부터 익혀야 할 처지다. 미쓰즈카 히로시(三塚博) 전대장상이 현재 일한친선협회장을 맡고 있으나 그는 파벌을 모리 총리에게 넘겨준지 오래다. 자타가 공인하는 지한파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그는 자민당 내에서는 소수파여서 영향력행사에 한계가 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일본정계도 독도문제나 한일투자협정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독도영유권 문제와 한국기업의 대외매각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에 작지 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양기대기자·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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