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한마음 경영"…도요타自 '일본식 경영' 자존심

  • 입력 2000년 4월 17일 07시 56분


미국식 경영기법이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지만 일본에선 아직도 일본식 경영을 고집하는 기업들이 많다. 세계 3위이자 일본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

모두들 해외 대형업체와 손잡고 이른바 ‘합리적 경영’을 도입하는데도 도요타는 전통적 경영을 고집하며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최근호는 ‘일본식 경영 최후의 보루, 도요타는 언제까지 강자로 남을 것인가’라는 특집기사에서 도요타식 경영을 다섯가지 특징으로 설명했다.

▽위기의식으로 무장〓국내외에서 최고급차의 명성을 얻고 있는 도요타는 누가봐도 위기라고 할 수 없는 상황. 그런데도 오쿠다 히로시(奧田碩)회장은 “언제 회사가 망할지 모른다”며 늘 위기의식을 강조한다. 말뿐이 아니다. 언제나 2조엔(약 20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비축해두고 있다. 경영위기에 대비해 두달치 단기채무와 전사원 퇴직금을 준비해둔 것이다. 1949년 자금난 악화로 도산직전까지 갔을 때 시작된 ‘무서운 준비심’이다.

▽혈맹공동체의식〓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지만 아직도 오너인 도요다가(家)를 중심으로 한 혈맹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매달 한번씩 열리는 경영진 ‘아침모임’에는 전문경영인 뿐 아니라 도요다 에이지(豊田英二)전사장, 도요다 다쓰로(豊田達郞)전사장 등 오너 일족이 참석해 조언을 한다. 오너 3,4세의 경영참여도 많다. 도요다 에이지의 차남 데쓰로(鐵郞)전무가 미국에서 최고급차 ‘렉서스’의 성공을 이끌었다. 3남 슈헤이(周平)이사는 인기소형차 ‘빗츠’를 개발했다. 또 인터넷사업은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郞)명예회장의 장남 아키오(章男)가 맡았다.

▽선진기법 적극 흡수〓일본식 경영이자 도요타식 경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해외에서 유행하는 다른 기업문화나 경영기법은 무엇이든 탐구해 기필코 자기것으로 만든다.

이를 위해 간부나 사원들의 해외연수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예컨대 미국 와튼스쿨에 매년 10월 간부들을 대거 파견해 2주일간 집중연수를 한다. 최근 유행하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개념도 도요타가 와튼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3년 전 도입한 것.

▽전사원이 편집광〓각 공장에서는 상식을 뒤집는 운동이 한창이다. 용접시 불꽃이 튀지 않도록 하는 ‘불꽃 없애기’나 기계가공 시 쇳가루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쇳가루 없애기’ 등.

관리자에서 평사원까지 모두가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정해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교수는 “도요타는 전사원이 문제 해결 후 문제가 없는 상황이 되면 불안해져 또 다른 문제를 찾기 시작하는 것이 무서운 점”이라고 말한다.

▽종업원은 ‘회사의 보배’〓도요타는 아무리 어려워도 인원삭감은 절대로 하지않는 것이 원칙. 미 켄터키주에 있는 자회사 TSSC에선 도요타생산방식을 배우러 오는 세계 각분야 기업들에게 “인력삭감으로 이익 내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러지 않고도 이익을 내는 게 도요타생산방식”이라고 가르친다.

종업원의 성취의욕을 자극해 모두 최선을 다해 자기향상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 도요타의 인력관리 철학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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