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한반도주변 4강 역할은?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하기까지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도움도 나름대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4강은 한국정부의 발표 전에 모두 정상회담 합의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발표 직후 “미국은 항상 남북대화를 지지해왔으며 이번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말해 정상회담 협상 초반부터 한미 공조체제가 가동돼왔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은 지난달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통해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를 촉구한 시기를 전후해 북한에 한국의 대화 의지를 전달하고 이를 수용하도록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달 13일 워싱턴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을 만난 뒤 “미국은 한국의 남북대화 재개 제의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북한에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은 뉴욕에서 북한과 북-미 고위급회담 개최 등을 논의하는 준비회담을 진행 중이었다. 따라서 뉴욕회담의 미측 수석대표였던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특사가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외무성부상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미측 메시지를 전달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카트먼-김계관’ 라인은 미국과 북한간에 가동중인 최고위 채널이다. 다만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위해 직접 접촉했기 때문에 미국의 역할은 보조적인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5, 26일 일본을 방문했을 때정상회담 진척상황이 전달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일본은 5일 국교정상화 회담을 하기 위해 평양에 대표단을 파견했으며 대표단을 통해 북한측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일본의 지지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양국은 지난달 31일 일본을 방문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자문관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의 회담을 통해 남북대화 실현을 위해 한미일 3국이 공조키로 합의, 남북정상회담을 뒷받침했다.

중국은 남북이 중국에서 접촉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협상에 대해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8일 최종합의가 이뤄진 뒤 러시아에 ‘중요뉴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도쿄·베이징·모스크바〓한기흥·이영이·이종환·김기현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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