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애비충격' 이틀새 313P 폭락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4분


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29일(현지 시간) 컴퓨터 관련주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틀째 급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189.22 포인트(3.91%) 떨어진 4644.67로 마감됐다. 전날의 하락폭(124.67 포인트)까지 합하면 이틀 사이 무려 313.89 포인트(6.42%)가 떨어진 것.

뉴욕 월가에서는 악재가 뚜렷하게 없었던 이틀 사이 주가가 급락한 것을 ‘애비 효과(abby effect)’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비는 골드만 삭스사의 증권 담당 선임 전략가 애비 조셉 코언(48)을 가리킨다. 월가의 정상급 증권분석가로는 유일한 여성이다. 월가에서 그의 영향력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나 증권 투자의 거물 워런 버펫을 앞지르고 있다.

그가 28일 증시 개장 직전 투자자들에게 자산구성 때 채권 대비 주식의 비중은 5%포인트, 현금 대비 주식 비중은 10%포인트씩 낮추라고 권유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나스닥 시장에서는 투매 행태가 시작돼 이틀 동안 이어졌다.그의 말 한마디로 촉발된 나스닥 주가 하락폭은 지난주 FRB가 이자율을 0.25%포인트 올렸을 때보다 훨씬 컸다. 그가 시장에서 이렇게 비중 있는 인물이 된 것은 지난 10년간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는 예측과 분석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았은데다 랠프 아캠포라나 엘레인 가저렐리 등 TV에 자주 나오는 투자분석가들과 달리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그의 분석이 들어맞은 대표적인 사례는 동아시아의 금융 위기 여파로 1998년 7월에서 10월까지 주가가 20%나 떨어졌을 때 계속 주식 투자를 권유한 일. 얼마 지나지 않아 FRB는 세차례나 이자율을 떨어뜨렸다. 시중 자금은 다시 주식시장으로 몰렸고 주가는 치솟았다.투자자들이 이번에 그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지난 10년간 활황 국면을 예측하는 한편 권위 있는 예측을 통해 활황 국면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그가 시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그는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황을 비관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과거 10년 동안보다는 덜 낙관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코넬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조지 워싱턴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드렉셀 번햄 램버트사에서 투자 분석을 시작, 1990년 골드만 삭스로 옮겨 최근에는 투자정책 위원회의 공동의장을 맡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골드만 삭스의 미국 증권 담당 선임전략가인 애비 조셉 코언의 투자 전략 또는 발언이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을 일컫는 말.

월가에서는 “코언이 플러그를 뽑으면 시장이 무너진다”는 말까지 나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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