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땅속 10m까지 촬영…서울대-美NASA 공동작업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10km 상공에서 한반도의 땅속을 X선처럼 찍어 고대 유적지를 찾는다.’

수천명을 동원해도 몇 년 걸릴 작업을 단 이틀만에 완성하는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6월말 한반도 상공에서 벌어진다.

세계 최첨단 원격탐사장비로 인공위성 수십개의 능력과 맞먹는 ‘차세대 센서’가 한반도를 집중 관측하는 꿈의 프로젝트가 실현되는 것.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96년에 이어 두번째로 실시되는 환태평양 지역탐사에 한국 연구진의 ‘한반도 프로젝트’를 포함시키기로 결정, 13일 서울대에 통보했다.

서울대 자연대 문우일(文宇一)교수 등 인문 자연 공학 농학계 학자 17명은 지난해 11월 JPL에 이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이번 탐사에 이용되는 장비 에어사(AIRSAR·Airborne Synthetic Aperture Radar)는 JPL이 개발해 현재 시험운행중이며 구름 악천후 화산재 등 기상조건에 관계없이 3개의 서로 다른 극초단파를 이용, 지표면부터 지하 10m까지 관측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

이 장비는 150인승 대형 수송기에 장착돼 지상 10km에서 시속 320㎞의 속도로 이동하게 되며 단 이틀에 남한 전역을 관측한다. 2002년부터는 인공위성 등에 탑재될 예정. 이번 한반도 프로젝트에서 경주 부여 등 고도(古都)를 투시할 경우 땅속에 묻혀있는 미발굴 성곽터나 절터 등 대형 유적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교수는 “규모가 큰 유적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96년 탐사때 캄보디아 밀림 속의 거대한 유적지와 땅속에 묻혔던 미 남북전쟁 때의 군부대터 등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탐사에서는 가시광선에서 열적외선까지 50개 영역을 동시에 촬영하는 또다른 최첨단장비 마스터(MASTER)도 함께 이용된다. 최신 인공위성도 1개의 극초단파와 광선의 일정 영역에서만 촬영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인공위성 90개가 한반도를 집중 탐사하는 효과와 맞먹는 셈.

문교수 등은 수 테라바이트(1테라〓1024기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관측 데이터를 관측 한두달 뒤 미국측으로부터 넘겨받아 분석할 경우 농산물 종류별로 경작지 규모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고 동해와 서해의 조수 간만의 차도 1.5cm 오차범위 안에서 측정하고 토양의 수분 정도를 초정밀 관측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문교수 등은 이번 한반도 탐사에서 군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역 등을 제외하고 경주 공주 등 내륙 일부와 동남서해안 및 제주도 일대 등 한반도의 20%가량만 중점 관측할 방침이다. 또 관측자료도 군사 분야를 제외한 17개 특정사업에만 활용할 계획이다.

문교수는 “가로 세로 3cm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로 기존 인공위성으로 탐사가 어려운 부분을 다양하게 관측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원격탐사의 최신기술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대측은 이번 탐사가 첨단기술의 국내 소개뿐만 아니라 요즘 대두되는 학제간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소요 경비(10억여원)중 일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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