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행, 러 마피아 자금 돈세탁에 수년간 관여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미국 뉴욕은행이 수년간 러시아 마피아의 불법자금이나 러시아 기업들의 탈세 목적 자금의 돈세탁에 이용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같은 내용은 뉴욕은행의 전 여성간부와 남편이 16일 미 뉴욕 맨해튼의 연방법원에 자진 출두해 러시아 마피아와 연계된 불법 자금 거래 등을 주선하는 대가로 약 200만달러(약 22억원)를 받았다고 털어놓음으로써 드러났다.

뉴욕은행의 동유럽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8월 해고된 루시 에드워즈(41)와 남편 피터 벌린(45)은 이날 ‘플리 바겐(감형 조건부 유죄인정)’을 조건으로 나선 법정 진술에서 “뉴욕은행의 퀸즈와 저지시티 지점 등을 통해 지난 수년간 70억달러 이상의 러시아 자금 돈세탁을 도왔다”고 밝혔다.

에드워즈는 1995년 ‘소빈뱅크’ 등 러시아 권력층과 긴밀한 러시아 은행 관계자들의 제안에 따라 돈세탁을 거들었다고 말했다. 돈세탁이 의뢰된 자금은 △탈세하려고 빼돌린 기업들의 합법적인 자금 △관세를 포탈하기 위한 수입업자들의 돈 △마피아 등 범죄집단의 검은 돈 등이라는 것. 특히 1998년 한 러시아 범죄집단이 인질 몸값으로 받은 돈 30만달러도 세탁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편 남편 벌린은 영국 런던에 베넥스 인터내셔널 등 5개 위장업체를 차린 뒤 뉴욕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돈세탁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에드워즈가 돈세탁을 돕는 과정에서 이 은행 고위층에 뇌물을 준 혐의가 포착돼 미 검찰이 해당 은행 간부 또는 은행을 불법행위로 처벌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자금 돈세탁 사건은 지난 해 8월 불거졌으나 어떠한 경로를 거쳤는지는 처음 밝혀졌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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