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아일랜드 자치정부 좌초 위기…英하원 "자치권 박탈"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북아일랜드 자치정부가 출범 2개월여만에 좌초위기를 맞았다.

영국 하원은 8일 북아일랜드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영국의 직접 통치를 부활하는 내용의 ‘북아일랜드 2000 법’을 찬성 352대 반대 11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0일 상원에서도 통과되면 11일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재가를 얻는 즉시 시행된다.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의 완전독립과 아일랜드와의 통합 등을 주장하며 무장투쟁을 벌여 온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98년 평화협정에도 불구하고 무기반납을 거부하자 4일 자치권 박탈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영국정부가 강경대응으로 선회한 계기는 지난달 31일 제출된 영국 ‘북아일랜드 무장해제를 위한 독립국제위원회’의 보고서.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IRA가 무기반납에 착수할 조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6일 벨파스트 교외에서 과거 IRA에서 떨어져나간 ‘컨티뉴이티 IRA’에 의한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영국 하원은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

IRA의 정치조직인 신페인당의 게리 애덤스 당수는 법안 통과 뒤 기자회견에서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권한이 박탈되면 IRA의 무기반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신페인당 출신의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교육장관도 ‘컨티뉴이티 IRA’는 IRA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면서 자치권 박탈을 하지 말라고 영국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피터 맨델슨 북아일랜드 담당장관은 “북아일랜드 자치권 박탈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와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자치권을 나중에 다시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와 북아일랜드의 신 구교 정파는 98년 4월 평화협정을 체결, IRA가 무장을 해제하는 대신 북아일랜드에 자치권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지난해 9월 자치의회가 구성됐으며 12월2일 외교와 국방 등을 제외한 권한을 영국으로부터 이양받아 자치정부가 출범했다. 자치정부에는 로마 가톨릭계와 개신교가 각각 3명씩 각료로 참여했으나 양측 준군사조직의 무장해제가 이뤄지지 않는 등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끝내 위기를 맞았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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