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교황 물러나야"…獨주교 퇴진요구 카톨릭계 파문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독일의 로마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퇴진을 주장하고 나서 가톨릭계가 발칵 뒤집혔다.

독일 로마 가톨릭 주교회의 의장인 카를 레만 주교는 9일 한 독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느낀다면 스스로 용퇴를 결심해야 하며 이를 발표할 용기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청은 후임 교황으로 남미 출신 인사를 선정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바티칸과 이탈리아 언론은 레만주교의 발언이 사실상 교황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 전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주교들은 교회의 고위층 인사가 교황의 퇴진을 언급한 데 대해 몹시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의 알렉산드로 마기올리니 주교는 “(레만주교가) 교황을 고약한 방식으로 공격했다”고 비난하면서 “로마 가톨릭 교회는 피아트나 제너럴 모터스와 같은 기업이 아닌 만큼 고령의 교황도 충분히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레만주교의 ‘불경스러운’ 발언이 바티칸과 독일 가톨릭교회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낙태상담 문제를 둘러싸고 독일 가톨릭교회와 바티칸 교황청이 충돌한데다 최근 바티칸이 임명한 추기경 중 독일 출신이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올해 79세인 요한 바오로 2세는 1978년 즉위해 2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20세기 최장수 교황. 고령인데다 최근에는 눈에 띄게 손을 떠는 등 분명한 파킨슨병 증세를 보이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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