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前독재자 피노체트 거짓말 감추려 색안경 썼다"

  • 입력 1999년 11월 23일 20시 49분


칠레의 독재자였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3)가 쿠데타 직후 색안경을 즐겨 썼던 이유는 무엇일까.

73년 살바도르 아옌데대통령을 축출하고 집권한 칠레 군부는 쿠데타 직후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군부 실력자 피노체트장군이 검은 색안경을 쓰고 입은 굳게 다문 채 팔짱을 낀 모습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피노체트가 국민에게 강인한 인상을 주기 위해 색안경을 쓴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26년이 지난 최근 그 이유가 밝혀졌다고 AP 등 외신이 23일 전했다. 피노체트와 절친한 사이였던 칠레 사진기자 마리아 오야르준은 최근 펴낸 책에서 피노체트가 언젠가 당시 색안경을 썼던 이유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순간 눈동자에 나타나는 변화를 숨기기 위해서 색안경을 썼다”라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피노체트와의 대화’란 책 내용 가운데에는 피노체트가 “거짓말을 할 때는 눈동자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당시 거짓말을 많이 하던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색안경을 즐겨 썼다”고 고백하는 대목이 들어 있다.

61년 5월 쿠데타 직후 서울시청 앞에 군복을 입고 나타난 박정희(朴正熙)소장이 색안경을 끼고 등장한 바 있다. 쿠데타에 가담했던 한 인사는 “당시는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유행이었을 뿐”이라고 피노체트와는 다른 이유를 댄 바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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