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역중인 로버트 김, 정부에 공개질의서

  • 입력 1999년 10월 13일 00시 01분


―대한민국 정부에 드리는 공개질의서―

외무부장관, 국방부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1996년 9월24일 미연방수사국으로부터 대한민국 정부에 미국 국방기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국방기밀취득공모죄(간첩죄의 일종)로 기소되어 징역 9년 및 보호감찰 3년을 선고받고 현재 알렌우드 교도소에서 4년째 복역중인 로버트 김 채곤입니다.

▼식구들 엄청난 고통

저는 당시 저의 간첩 혐의를 벗기 위해 ‘공모’를 했다는 대한민국의 정보장교를 재판장의 증인대에 세우고 싶었으나 대한민국의 입장을 생각하여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후 저의 억울한 혐의를 벗겨주기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협조를 기대하고 탄원도 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처가 없어 이에 공개질의를 하겠습니다.

제가 대한민국의 스파이였습니까? 아니였습니까? 저는 분명히 미국 형법 793조(b)&(g) 국방기밀취득공모죄(Conspiracy to obtain national defence information)로 벌을 받았습니다.

외국(즉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과 ‘공모’하여 미국의 국방기밀을 빼간 스파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만약 대한민국 정부의 정보수집을 도운 스파이로 활동하다 징역을 살고 있다면 그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저희 가족들에게 보상을 해주십시오.

공무원이 공무중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혀도 국가가 배상해주게 되어있지 않습니까? 봉급과 연금의 몰수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물론 가장을 잃은 저의 식구들은 오랜 세월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제가 대한민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가 아니고 단순히 백모 대령과의 개인적 친분관계에서 기밀을 전달해준 것 뿐이라면 제가 스파이가 아니라는 것을 미국정부에 떳떳이 밝혀 제가 감옥소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97년 11월 당시 김영삼대통령은 “한국정부는 조금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한국정부와 내통했다는 혐의로 간첩죄를 쓰고 있습니까?

▼보상보다 자유 원합니다

제가 간첩이었습니까? 아니었습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는 보상보다는 자유를 원하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자식들을 자유롭게 만나고 싶습니다.

왜 대한민국 정부는 침묵만 하고 있습니까? 정부의 체면만 중요하고 저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습니까? 대답해 주십시오.

로버트 김 채곤

알렌우드 교도소에서

(부인 장명희 정리,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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