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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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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프랑스 독일 벨기에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 유럽 5개국에서 파견된 장교 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통신 정보, 독일군은 인사작전 위생, 벨기에군은 병참 민군협력, 스페인은 교육을 담당한다.
5개국군이 모였으나 이곳의 공용어인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모든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유럽군단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예하부대는 △독일과 프랑스의 독불여단 △독일의 기갑사단 △스페인 기계화 보병사단 △벨기에 기계화 보병사단 △룩셈부르크 전차부대 등이며 병력은 5만3000여명.
93년 11월 창설된 유럽군단은 꾸준히 몸집을 불리면서 작전능력을 키워왔다. 지휘부 도상훈련은 물론 △94년부터 매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기동훈련 참가 △95년 유로트란시텍스 기동훈련 △96년 크리섹스 구호작전훈련 등을 통해 실전감각을 익히고 있다.
유럽의 안보독립을 위한 큰 골격은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정상들이 6월3일 독일 쾰른정상회담에서 ‘유럽 독자방위군(유럽통합군)’ 창설에 대한 기본원칙에 합의함으로써 구체화됐다. 올 1월 EU 단일통화 유로출범으로 분명해진 경제통합에 이어 군사적 협력과 통합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된 것이다.
EU정상들은 하비에르 솔라나 NATO사무총장을 EU의 공동외교안보정책(CFSP)을 총괄하는 대표로 임명했으며 올 12월 정상회담에서 논의를 계속해 2000년말까지 유럽통합군 창설을 위한 구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CFSP대표는 회원국과의 논의를 거쳐 EU차원의 외교 및 안보정책을 만들어내고 집행하는 ‘EU의 외무 및 국방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들은 또 국제분쟁발생시 유럽 스스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2000년말까지 유럽의 유일한 집단안보기구이면서도 NATO에 밀려 유명무실했던 서유럽동맹(WEU)을 2000년말까지 EU에 통합시키기로 했다.
현재 WEU 회원국은 10개국이며 모두 EU회원국이다. 90년대초 시작됐으나 지지부진하던 유럽통합군 논의가 갑자기 본궤도에 오른 계기는 NATO군의 유고 공습이었다. 유럽 지도자들은 93년 보스니아사태에 이어 유고공습에서 또다시 유럽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경험하면서 안보독립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유럽의 여론도 유럽통합군 창설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EU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찬성했으며 반대는 37%로 나타났다. 미국도 NATO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보장된다면 유럽통합군 창설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은 장차 유럽통합군을 국제테러 인종갈등 마약밀매 핵무기거래 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EU가 유고공습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단독으로 수행할 정도의 통합군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EU 회원국 대부분이 가입한 NATO가 이미 그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안보독립은 NATO 틀안에서 유럽의 군사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