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24일 종료된 북한 금창리 지하핵 의혹시설에 대한 미국 조사단의 사찰활동을 이렇게 비유했다. 북한이 핵시설을 건설하기 전에 그 징후를 사전에 적발해 핵개발을 좌절시켰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과 금창리 사찰협상을 벌여온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특사도 “북한이 핵개발로 나아가고 있다는 실체적 증거가 있다”고 했지 북한이 핵시설을 완성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물론 미국측은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 했다는 나름의 정황증거를 제시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찰위성에서 촬영한 사진만으로도 핵 주변시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성격을 규정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2개 댐(원자로 냉각수 저장용으로 추정)과 4개의 터널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은 핵심적인 핵재처리 시설이 들어선 상태는 아니어서 북한이 발뺌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지의 첫 보도이후 북―미 관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넣었던 북한의 지하핵의혹 사건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에서 ‘허망하게’ 끝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 지역에 핵시설을 건설하려는 북한측의 시도에 쐐기를 박은 것만으로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3월 북―미합의에 따라 미국은 언제든 다시 이 지역을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시설 공사를 재개하기는 어렵다. 이번 조사는 북한이 조사를 수용한 순간부터 그 목적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