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휴 패트릭교수 『한국기업 35% 기술적 파산상태』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휴 패트릭 컬럼비아대 교수는 19일 외부감사를 받고 있는 한국기업의 35%가 대출금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술적 파산상태(technically insolvent)’에 빠져 있으며 금융권 부실채권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의 경제성장은 18개월안에 둔화될 것이며 주가지수도 20%정도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일본경제 연구에 정통한 패트릭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회에 초청연사로 참석, 이같이 밝혔다.

패트릭교수는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착실한 구조조정으로 경기회복의 길로 들어선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러나 경기회복 속도가 너무 빨라 구조개혁 노력이 중단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패트릭교수는 또 증권 보험 종금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소유권이 몇몇 재벌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재벌이 자금문제에 부닥칠 경우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

그는 또 “대재벌들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상태지만 자산매각 부진 등으로 인해 이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면서 “특히 1,2개 재벌의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구조조정과 관련, 그는 “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분류가 정확하지 않고 충당금도 제대로 쌓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정부는 부실채권 해결에 10조∼50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경제에 대해 패트릭 교수는 “앞으로 18개월안에 성장이 둔화될 것이며 올해에는 뚜렷한 징조가 나타나지 않겠지만 내년쯤에는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경제의 회복이 본격화되면 원유 등 수입물가가 상승하고 미국 물가상승에 압박을 줄 것”이라며 “이는 경기순환곡선과 맞물려 경기둔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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