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검찰총장 해임안 연속부결에 곤욕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 때문에 잇따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스쿠라토프는 “비리조사에 성역은 없다”며 옐친을 겨냥하고 있다. 옐친은 스쿠라토프 해임안을 연방회의(상원)에 냈으나 상원은 해임안을 두번이나 부결했다.

상원은 21일 스쿠라토프 해임안을 반대 79, 찬성 61표로 부결했다. 상원은 3월17일에도 스쿠라토프 해임안을 부결했다.

옐친과 스쿠라토프의 대립은 작년말에 시작됐다. 크렘린궁이 “민족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세력을 기소하라”며 검찰의 정치개입을 지시했으나 스쿠라토프는 “현행법으로는 기소가 무리”라며 거부했다.

갈등이 진행되면서 스쿠라토프는 2월1일 건강상의 이유로자진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때는 스쿠라토프가 옐친의 차녀 타티야나디야첸코 대통령이미지담당보좌관의 비리를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해임안 처리를 위해 열린 상원에서 스쿠라토프는 자진사의가 아니라 “고위층 부패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임압력을 받았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상원은 그의 해임안을 부결했다.

타격을 받은 옐친측은 해임안 부결 다음날인 3월18일 2차작전을폈다. 스쿠라토프가 알몸으로 2명의 여성과 함께 있는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TV를 통해 공개한 것.

옐친은 2일 검찰총장 자격 문제를 제기하며 그의 직무를 정지시킨 후 상원에 해임안 추인을 다시 요청했지만 해임안은 또 부결됐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면할 때는 상원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하원은 이미 반(反)옐친 분위기인 데다 상원마저 옐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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