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교 총기난사 25명 사망…범인은 불량서클단원

  • 입력 1999년 4월 21일 19시 24분


20일 미국 중부 콜로라도주 덴버시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교에서 이 학교 중퇴자들이 자동소총 등을 난사해 최소한 23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살해하고 20여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범인들 가운데 딜란 클레볼드와 에릭 해리슨은 이날 오전 11시반부터 30여분간 학생식당과 도서관 등에서 마구 총을 쏜 뒤 도서관에서 자살해 사망자는 최소한 25명이 됐다.

현지 경찰은 폭탄을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제삼의 용의자 등 3∼4명을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건은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내 각급 학교에서 총기사건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한데 이어 발생한 최악의 교내 총기폭력사건이다.

범인들은 범행 당시 검은색 트렌치코트 차림에 복면을 하고 있었으며 이 학교에 다니거나 졸업한 학생들로 구성된 학내 불량배 서클 ‘트렌치코트 마피아’ 단원들로 밝혀졌다.

경찰특공대는 학교 구내와 한 용의자의 집에서 폭탄을 발견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엄청난 슬픔과 충격을 느낀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국민 모두의 노력을 호소했다.

○…현장을 목격한 한 학생은 “우리가 식당에서 나오는 순간 괴한들이 들어와 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수류탄 같은 것을 던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범인들이 도서관 등에서 책상 밑에 숨어있는 학생들에게도 마구 총을 쏘면서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어 공포와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들의 총격이 무차별이 아니라 흑인 등 소수인종을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범행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관계자들은 “마피아 단원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출생 1백10주년인 20일에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컴퓨터 통신에 밝혔다”며 히틀러 추모 의식으로 ‘학살과 자살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인들이 총을 쏘면서 “운동선수들 어디있냐”고 말했다고 학생들이 증언해 평소 야구부 등 운동선수들과의 갈등이 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일부 학교 관계자들은 추정.

‘트렌치코트 마피아’ 단원들은 평소 학생들로부터 괴상한 옷차림 등 때문에 조롱을 당했다는 것.

○…컬럼바인 고교 건물내에는 감시 카메라와 금속 탐지기가 작동하고 있었으나 범인들의 총기 난사를 미리 막는데는 실패.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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