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탄생250주년」 맞아 재조명작업 활발

  • 입력 1999년 3월 22일 18시 51분


《봄을 맞는 문화계가 ‘괴테 열기’로 들떠 있다.올해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탄생 2백50주년이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은 한국독어독문학회 괴테학회 주한독일문화원 후원으로 26일∼4월11일 연극 영화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괴테 페스티벌’을 벌인다.》

괴테작품 출간도 성시를 이루고 있다. 민음사는 8월 전집 완간을 목표로 이번 주 ‘파우스트’‘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새로 출간한다. ‘파우스트의 여성적 본질’(열린책들) ‘괴테와의 대화’(푸른숲) 등도 출간됐거나 제작 중이다.

왜 괴테인가. 단순히 탄생 2백50주년 기념 때문만은 아니다. ‘괴테 열기’는 관련학자를 넘어 일반대중에까지 확산되는 현상. 98년 발간된 ‘괴테의 이탈리아기행’(1829년 작)이 ‘5천부쯤’이라던 출판사의 예상을 뒤엎고 5만부나 팔린 게 대표 사례.

문화예술인들은 괴테를 새로 주목하는 이유로 새 천년을 앞둔 세기말을 든다. 연극연출가 이윤택은 “세기말 인류의 고민은 ‘괴테와 셰익스피어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한다.

‘리어왕’ 등 비극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비관적 세계관을 대변한다면 괴테는 사랑 평화 이상사회의 실현 등 ‘혼돈 속에서도 새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낙관적 세계관을 전파하는 인물.

칸트를 전공한 철학자 김상봉교수(그리스도신학대)는 비극을 이겨나가는 힘이 괴테의 매력이라고 지적한다. “괴테가 활동했던 독일 고전주의 시대는 사회 역사적으로 분열과 고난을 겪었던 시대지만 괴테 칸트 헤겔 등 당대 지성들은 퇴폐나 허무주의로 흐르지 않고 끊임없이 ‘구원’을 모색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라는 한국의 특수상황 때문에 괴테의 메시지가 더욱 강렬하게 읽히는 것이 아닐까.”

괴테는 작품들 속에서 인본주의(人本主義) 사상을 고양하는가 하면 문학 음악 해부학 등을 넘나드는 백과사전적 교양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괴테의 이런 모습이 정보화사회이자 지식사회인 21세기에 새로운 인간상으로 부각된다. 21세기에는 사회 각 분야와 유기적인 관련을 맺을 수 있는 ‘총체적 인간’이 요구된다는 것. 지상에서 신의 영역을 꿈꾸었던 ‘파우스트’가 산업사회의 왜소화된 개인을 넘어서는 ‘영웅적 인간형’으로 새롭게 주목받는가.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예술의 전당 26일부터 「괴테축제」

▽연극〓괴테의 ‘에피게니에’(김광보 연출)와 스텔라(최용훈 연출)‘파우스트’(김광림 연출)가 최초로 낭송극으로 선보인다. 낭송극이란 연극에서 시각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배우들의 대사읽기 만으로 작품을 보여주는 독일 연극의 전통. 최용민 강신일 박용수 조성희 등 연극계 톱스타들이 대사 전달의 힘을 보여준다.

▽영화〓상영작 ‘파우스트’는 60년 페터 고르스키 감독의 작품. ‘베르테르의 새로운 슬픔’(75년 작)은 울리히 프렌츠도르프가 각색한 작품으로 동독사회를 배경으로 베르테르의 슬픔을 현대적으로 재구성.

▽괴테시에 의한 가곡의 밤〓괴테 시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와 볼프의 가곡들을 들려준다. ‘들장미’ 등.

▼‘파우스트’의 명문장들

괴테문학에 심취한 독자는 누구나 그의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싶다는 열정에 사로잡힌다. 대표작 ‘파우스트’의 명문장을 꼽아본다.

△내게 청춘을 돌려다오! 그 억제되지 않던 충동들을,고통에 가득찬 절절한 행복을, 증오의 힘과 사랑의 위력을!〓‘파우스트’서장 괴테의 분신인 작가의 독백.

△멈추어라, 너는 너무나 아름답도다〓‘파우스트’의 키워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하는 파우스트는 ‘영원히 붙들고 싶은 어떤 순간이 있다’고 자신이 말한다면 그 순간 자신을 사슬로 묶어가도 좋다고 약속한다. ‘너’는 순간을 지칭.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것이다〓‘파우스트’ 앞부분 ‘천상의 서곡’ 중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영혼을 두고 내기를 벌이는 신의 말.

△내 가슴 속엔 아! 두 개의 영혼이 거하고 있구나〓파우스트가 ‘신적인 이상과 악마적 욕망이 내 안에서 갈등한다’는 심경을 토로하는 말.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파우스트가 연인 그레트헨의 기도로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구원받는 대목의 대사. 세기말 여성성이 갖는 창조적 에너지를 꿰뚫은 말.〈도움말〓이화여대 최민숙교수·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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