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장기 호황…시민 생활패턴 바꿨다

  • 입력 1999년 3월 19일 18시 37분


인플레 없는 경제성장 8년. 주가(다우존스)지수 10,000포인트 돌파. 그리고 저금리…. 미국의 초장기 초대형 호황이 미국사회를 바꿔놓고 있다. 재산보유 방식과 소비행태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 각 부문에도 새로운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호황 신드롬’이다.

우선 주식이 가장 유력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미국인 가구의 재산소유 형태가 변했다. 연방은행 자료에 따르면 90년에는 재산비율이 부동산(33%) 소기업투자(18%) 현금(17%) 주식(12%)의 순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주식(28%) 부동산(27%) 현금(12%) 등의 순으로 바뀌었다.

주가폭등으로 하룻밤 사이에 벼락부자가 되거나 거액의 재산을 불린 ‘증시 귀족’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값비싼 개인주택 수요가 급증했다. 1월의 개인주택 착공 증가율은 전달에 비해 1.1% 늘어 20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1년 동안에는 전년에 비해 10.1%나 늘었다.

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파트나 다가구주택에 비해 개인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자율 인하로 주택 할부금 부담이 줄고 증시호황으로 여유자금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미국에서는 주택시공업자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졌다.

소득증가로 외식업도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외식산업 시장규모는 90년 1천7백억달러에서 지난해 2천4백억달러로 2배 가까이 커졌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뉴욕의 고급식당인 ‘퍼시픽 레스토랑’의 한끼 3백50달러(약 43만원) 짜리 메뉴에도 손님이 줄을 잇는다고 소개했다.

실업률이 30여년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일손이 달려 임금이 4∼5년만에 2배 이상 치솟았다.

저임금의 노동집약적 산업이나 소규모 점포 등은 고임금을 제시하는 대기업에 인력을 뺏기고 있다. 60만 소매상들은 일손을 구하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종업원의 근무기간이 3개월을 넘길 때마다 2백달러씩 ‘근속 보너스’를 지급한다. 일정 주기로 직원가족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직원을 붙들기 위해서다. 노스다코다주는 주내(州內)대학 졸업생 명부를 뒤져 다른 주로 떠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직업박람회를 여는 등 귀향유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실업률이 0.8%로 사실상 완전고용에 이르면서 육해공군 지원자가 줄어 군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군당국은 TV광고를 통해 병력을 모집하지만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다.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부(富)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의회 예산국 자료에 따르면 1년 소득 20만달러 이상인 고소득 가구는 전체 가구의 1% 미만.

그러나 전체가구의 소득에서 이들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94년 14.6%에서 96년 18.1%로 늘어났다. 활황의 주된 요인이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주가폭등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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