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조선족, 강제이주 60년만에 고달픈 「연해주 귀향」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43분


러시아의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3일 연해주 역내 중국 접경지역에 있는 플라토노프카 마을에 관한 르포기사를 실었다. 이 마을은 1930년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 등지로 떠났던 조선족이 옛 정착지를 그리며 다시 모여들고 있는 곳이다.

조선족인 옐릭 쉐가이 노인은 평생 돌아가기를 고대했던 연해주에 와서 심장병으로 고작 1백일밖에 살지 못했다. 27세의 병약한 아들 로베르트는 아버지의 무덤을 만든 뒤 물도 불도 없는 차가운 아파트에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

이곳은 한때 극비 군사지역이었으나 부대가 철수한 후 황폐해 졌다. 이런 마을은 연해주에만 수백개가 넘는다. 현재 이곳에는 2백여명의 조선족이 돌아와 살고 있다.

연해주 조선족 단체인 ‘부흥’재단의 텔미르 김(60)노인은 37년 강제이주 당하기 전에는 이곳에 20만명 이상의 조선족이 살았으며 이들이 이제 다시 돌아오고 있는데 금년말 또는 내년초까지 2만5천∼3만명이 되돌아와 정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콜호스(집단농장)조차 버려둔 막대한 토지를 다시 경작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구소련 시절부터 꿈도 꾸지 못했던 농지로 변모시키는데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김 노인은 “경작할 땅은 많지만 콜호스 대표들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 그들에겐 경쟁이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조선족들은 그냥 빈민으로 살고 있다. 이 엄동설한에 빈곤한 조선족 이주민들은 오로지 한가지 일에 몰두하고 있다. 겨울 동안 살아남는 것이다.

빵 한조각 없이 지내는 가정도 많다. 많은 가장들이 우수리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로 일자리를 찾아가지만 일거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젊은 쉐가이와 얘기하는 도중 구멍난 베니어 문 사이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넝마에 둘러싸인 아이가 울고 있다. “이제 석달이 지난 아들입니다. 할아버지를 기려 엘릭 쉐가이라고 부릅니다”라고 쉐가이는 말했다.

〈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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