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내년 「무역전쟁」 조짐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09분


미국과 일본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눈덩이처럼 쌓이는 대일(對日)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에서는 날이 갈수록 대일 무역압력을 가중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일본의 반발도 만만찮다.

미국은 200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내년부터 각 당이 득표를 위해 경쟁적으로 ‘일본때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토머스 폴리 주일 미국대사는 14일 일본기자클럽 오찬연설을 통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 급증추세를 지적한 뒤 이례적으로 “일본이 시급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에 양국간 무역마찰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일본이 2001년으로 예정된 쌀수입을 내년 4월로 앞당기면서 1,000%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과키로 한 것에 대해 “미의회는 이를 미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은 일본이 쌀 수출국인 미국과 사전협의 없이 종가세로 따져 1,000%에 해당하는 ㎏당 3백50엔의 종량세를 부과하려는 것은 미국 쌀의 수입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폴리대사는 이어 △경기부양지출 확대 △시장개방을 위한 추가규제 완화 △투자환경 개선 △부실채권문제 해결 등 ‘4대과제’의 해결을 일본에 촉구했다.

이에 앞서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은 11월 도쿄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를 강도 높게 촉구했으며 미국 상무부는 일본 철강제품의 대미수출 급증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제재조치 개시시점을 앞당기기도 했다.

미국이 일본에 압박을 가하는 1차적 배경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무역역조. 올 1∼9월에 미국은 거의 매월 50억달러 이상의 대일무역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본도 쉽게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미국의 거듭된 사전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조기 쌀수입 및 관세화’를 사실상 확정, 18일 각료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정부 관계자는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일본의 권리로 양허된 쌀 관세율 결정에 대해 왜 미국이 뒤늦게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다”며 몹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일본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의 무역흑자국이자 외환보유국인 일본이 최대 무역적자국이자 채무국인 미국의 논리에 끌려갈 수 없다”며 미국의 부당한 압력이 커지면 일본이 보유한 미국국채 매각위협 등 초강경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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