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일단 수위 조절… “항모 급파” “영공 폐쇄” 긴장 여전

  • 동아일보

‘군사 개입’ 거듭 경고하던 트럼프
“시위대 살해 중단… 상황 나아져”
이란도 “교수형 연기” 한발 물러서
美, 남중국해 항모전단 중동 배치… 伊-인도 등도 자국민 철수 권고

최근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 감행 의지를 거듭 나타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그 의미가 뭔지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反)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고 이날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교수형 집행 계획까지 공언했던 이란 당국이 솔타니의 처형을 연기하는 등 한발 물러선 것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의 군사 조치와 이를 통한 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국은 중동 역내 기지에 머무는 일부 미군 인력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남중국해에 있던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 또한 15일 오전 1시 45분부터 7시 3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공중 임무’를 이유로 자국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우려가 고조되자 이탈리아, 폴란드, 인도 등 각국은 이란 내 공관을 폐쇄하거나 자국민의 철수를 권고했다.

獨 베를린서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이란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 주요국에서도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獨 베를린서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 14일 독일 베를린에서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이란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 주요국에서도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를린=AP 뉴시스

● 트럼프-이란 모두 수위 조절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게 들은 정보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사람들이 얘기했던 처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당국의 시위대 살해 또한 “중단됐다”며 현지 상황이 호전됐음을 시사했다. 하루 전 솔타니의 처형 계획에 관한 질문을 받자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군사 개입을 시사했던 것과 상반된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이나 내일(15일) 중으로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솔타니가 살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다만 시위대에 대한 이란 당국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는 14일 시위대가 수감된 수도 테헤란의 한 교도소를 찾아 “어떤 사람(시위대)이 누군가를 참수하고 불태웠다면 우리는 임무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강경 진압 필요성을 강조했다.

14일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온라인 영상들을 분석해 이란 군경이 최소 6개 도시에서 자국 시위대를 향해 산탄총 등을 발포했다고 전했다. 수도 테헤란 인근의 한 영안실에서는 최소 100구의 시신이 가방에 싸인 채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르웨이 기반 국제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8일째인 14일 기준 누적 사망자를 3428명으로 집계했다.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매체 ‘인권활동가통신(HRANA)’도 최소 1만8400명이 체포 및 구금됐다고 추산했다.

● 미-이란 군사 충돌 가능성은 여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은 배제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실제 미군이 이란 공습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보수성향 케이블 방송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항모전단을 중동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 전단은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 에이브러햄링컨’호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는 데는 약 1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 또한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두고 인접한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선 일부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위험 지역에서 일부 병력을 이동시킨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의 핵 농축 시설을 대규모 공습했을 당시 이 기지에 보복 타격을 가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 CBS방송에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미군 기지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당신 나라의 미군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파크푸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반정부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결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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