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관재계 부패사슬 끊기」 안간힘

  • 입력 1998년 11월 8일 19시 23분


‘관료주도형 업계 협조체제’를 통해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일본은 지난해 이후 사회 각 분야에서 잇따라 터져나온 ‘정(政)관(官)재(財)계 유착사건’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다.

성장의 화려함 속에 가려 있던 부패의 그늘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사회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다.

일본사회는 특히 업무의 헌신성과 청렴성으로 유명했던 관료사회에서 연쇄적으로 터져나온 부패스캔들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관청위의 관청’으로 불려온 대장성에서는 공무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호화접대를 받고 금융관련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무더기로 체포됐다. 방위청 고위공무원은 장비조달과정에서 구매가격을 실제보다 높여준 뒤 퇴직후 ‘낙하산인사’를 통해 관련업체의 임원으로 옮겨갔다.

후생성에서는 관료의 정점인 사무차관이 민간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았으며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일본은행의 중견간부의 수뢰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재계와 금융계 역시 혼쭐이 났다. 공무원이나 중앙은행에 뇌물을 준 사람들이 쇠고랑을 찼고 총회꾼과 유착한 사건으로 고위경영자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이쯤 되니 ‘설국(雪國)’처럼 깨끗한 나라를 자부하던 일본사회가 경악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당연하다.

정치권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수뢰는 물론 접대와 선물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금액의 상한을 정하거나 보고의무를 부과하는 ‘공무원 윤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의원 및 고위공무원의 가명 또는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법률도 만들어질 전망이다.

검찰 역시 관행으로 묵인해오던 공무원에 대한 향응과 접대를 뇌물수수행위로 인정, 처벌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최근 정당교부금 사용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한 자민당의원을 체포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도 도요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관청 및 거래기업과의 접대나 선물수수를 없애고 일본경제의 독버섯인 총회꾼과의 ‘거래’를 단절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잇따른 독직사건에도 불구하고 일본사회의 전체적인 구조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투명하다. 특히 금품수수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선 교육계와 의료계의 풍토는 부러울 정도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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