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에 우주비행…글렌 상원의원, 美의 영웅으로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8분


미국이 ‘영웅탄생’을 지켜보기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전체 미국인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는 주인공은 29일 오후2시(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발사예정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할 올해 77세의 최고령 우주인 존 글렌 상원의원. 36년전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우주궤도비행에 성공, 구소련의 인공위성 선제 발사때문에 상처받은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준 장본인이다.

미국인들은 미국의 우주시대를 연 글렌의원이 노화된 인간이 격렬한 신체변화가 수반되는 우주여행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최초의 실험대상으로 자원했다는 사실에 특히 감동하고 있다. 글렌의 자기희생과 끝없는 모험정신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글렌의 이번 비행을 영웅이 사라지고 대신 스캔들로 가득찬 시대를 단번에 바꿀 ‘영웅의 부활’로 생각하는 듯 하다.

미 의회는 클리블랜드에 있는 우주항공국(NASA)의 한 시설을 ‘존 글렌 센터’로 개명키로 결의했으며 휴스턴에 있는 존슨 우주 센터에 이르는 대로는 ‘존 글렌 메모리얼 파크웨이’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주선 발사기지 케이프 커내버럴이 위치한 플로리다 올랜도 지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호텔 객실이 동이 났다. 언론의 관심도 엄청나 우주선 발사사상 최대규모인 3천5백명이 취재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발사기지에는 이미 위성중계장치를 탑재한 트럭 75대와 임시 방송국으로 쓰일 40대의 대형 트레일러가 도착했다.

CNN은 60년대 전설적인 TV앵커 월터 크롱카이트를, 폭스사는 아폴로 13호의 영웅 제임스 로벨을 각각 해설자로 기용해 대대적인 중계방송에 나선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직접 발사기지에서 발사순간을 참관한다.

4시간55분23초가 소요됐던 글렌의 62년 우주궤도비행과는 달리 이번 여행은 8일 20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글렌 붐’은 10월말과 11월초 내내 미국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미 언론들은 이같은 폭발적 관심의 저변에는 황금기를 구가해온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이제 중년기를 지나 노인기에 접어들면서 자신들의 모델을 찾으려는 희구가 섞여있다는 사회학적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