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옹호 美 바넷 슬레피안박사 테러피살

  • 입력 1998년 10월 25일 19시 29분


여성의 낙태권리를 옹호해 온 미국의 저명한 산부인과 의사가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 미국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반낙태주의자의 테러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살해된 의사는 바넷 슬레피안 박사(51). 슬레피안박사는 23일 밤 뉴욕 암허스트의 집에서 부엌 창문을 통해 날아온 총알을 맞고 숨졌다. 경찰은 헬리콥터까지 동원, 인근 지역을 샅샅이 뒤졌으나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슬레피안의 피살소식을 전해들은 빌 클린턴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통해 폭력 행위의 근절을 촉구했으며 조지 파타키 뉴욕주지사는 이번 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하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여성단체들도 낙태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 대한 철저한 경호를 요구하는 한편 관련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은 낙태시술을 하는 병원 및 의사들에게 커튼이 쳐있지 않은 창문근처에 서 있지 말라는 경고까지 내렸다. 낙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는 93년 이후 이번이 8번째. 슬레피안박사는 여성의 낙태 권리에 대한 소신을 공개적으로 피력, 80년대부터 줄곧 반낙태주의자들의 테러목표가 돼왔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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