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말 안먹힌다』 국제금융질서 『흔들』

  • 입력 1998년 10월 11일 19시 08분


요즘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의 말 한 마디면 뉴욕 월가가 움직인다는 신화가 무너질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의장은 8일 “미국경제는 러시아와 중남미 경제붕괴의 여파, 주가하락에 따른 소비증가율 둔화 등으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상황이 이런 만큼 앞으로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는 의지를 담은 것.

그의 말이 전해지자마자 뉴욕증시에선 개장 한시간 만에 다우존스지수가 100포인트나 뛰어올랐다. 그린스펀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된 셈.

그러나 같은 시간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의 주식가격은 곤두박질했다. 오전장까지 3∼5%포인트 급상승하던 주가가 마감직전 하락세로 급반전한 것.

투자자들에게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은 뒷전으로 밀리고 ‘미국경제 전망이 얼마나 어두우면 저런 말까지 할까’하는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음날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의장은 기가 막히다는 듯 “시장이 그린스펀의장의 발언과 정반대로 반응한 것은 유감이다. 투자자들에겐 믿고 의지할 조언자가 필요하다”며 구심점을 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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