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FBI수사관 앞서 채혈 수모

  • 입력 1998년 9월 21일 19시 47분


모니카 르윈스키의 드레스에서 검출된 정액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유전자(DNA)를 대조하기 위해 사용된 혈액은 르윈스키가 연방대배심에서 증언을 하기 사흘전인 8월 3일 백악관 ‘맵룸’에서 채취된 것으로 밝혀졌다.

클린턴대통령은 2주후 바로 이 방에서 연방대배심원들에게 폐쇄회로 TV를 통해 증언을 했다.20일자 뉴욕타임스와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9일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8월3일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과 특별검사측 검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 내과전문의 코니 마리아노가 대통령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피를 뽑았다.

이날 채취된 혈액은 FBI 요원들에게 넘겨져 워싱턴 근교 베데스타 해군병원에 보관됐다가 유전자 검사에 이용됐다. 검사결과 르윈스키의 드레스에 묻은 정액의 DNA와 일치한 것으로 나타나 ‘르윈스키와 성적관계가 없었다’는 클린턴의 증언을 뒤집는 스타검사측의 확실한 반박 물증이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2차대전 때 세계 지도를 걸어놓고 독일 이탈리아 등 당시의 추축국들과 전쟁을 벌이며 ‘세계를 경영했던’ 이곳에서 클린턴은 치욕스런 경험을 두번이나 하게 됐다.

클린턴대통령의 한 측근은 “대통령이 자신의 공직생활중 수사관들 앞에서 피를 뽑히던 당시 만큼 불명예와 치욕을 느낀 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화이트워터 스캔들로 임명된 후 악연을 쌓아온 스타검사와의 사이에 개인적으로 가장 적대감을 품었던 순간이기도 했다고 이 측근은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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