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만행폭로 東亞의 정론에 경의』…日고교생 本社방문

  • 입력 1998년 8월 17일 20시 09분


본사 방문한 日고교생들
본사 방문한 日고교생들
“70여년 전의 나카쓰가와 사건을 동아일보가 창간 기념일에 다시 보도한 의미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울 충정로 동아일보사에 최근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 니가타(新潟)현 게이와가쿠엔(敬和學園)고교에서 온 16명의 일본 학생. 이들은 1시간 남짓 눈망울을 반짝이며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이 게이와고교의 해외 ‘스터디 투어’(수학여행) 행사는 학생들이 직접 일본의 식민지 지배 흔적을 살펴보고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94년부터 계속돼 오고 있다.

1일 서울에 도착한 이들은 독립기념관과 수원제암리교회 안중근기념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판문점 등을 돌아봤으며 출국직전 마지막 코스로 충정로 동아일보사를 찾았다.

올해 방문에 특별히 동아일보사가 포함된 것은 1922년 니가타현에서 일어난 조선인 노동자 학살 사건(나카쓰가와 사건)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였다.

동아일보는 1922년 8월1일 한국 언론으로는 최초로 일본 니가타현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학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에서 조선인대학살, 관(觀)하라! 비잔인악독(比殘忍惡毒)한 참극(慘劇)’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또 이상협(李相協)기자를 니가타 현지에 파견, 같은해 9월4일까지 모두 48건의 관련 기사와 사설을 내보냈다.

이후 조선총독부 경무국의 동아일보 발매금지 압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동아일보는 ‘참학무도(慘虐無道)한 고역’‘학대당하는 노동자’‘비통한 노동자의 고백’ 등의 기사로 끈질기게 저항했다.

2학년 요코야마 도모코(橫山朋子·17·여)는 독자서비스센터에서 당시 신문 사본을 받아본 뒤 “그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가감없이 사건을 정확히 보도했던 동아일보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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