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품 재사용」 각광…중고부속을 새제품에 그대로

  • 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31분


미국 제록스사의 최첨단 디지털 복사기 내부를 들여다 보면 제작방법이 바뀌어진 것을 한 눈에 알수 있다. 전에는 부품들이 용접되어 있었으나 최근에는 나사로 죄여있다. 복사기가 고장나거나 수명이 다하면 괜찮은 부품을 다시 쓰기 위해서다. 이런 중고부품들은 새 복사기에 장착된다.

제록스사는 새 제품을 개발할 때 중고부품을 쓸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처럼 설계단계에서부터 실제로 중고부품을 재사용토록하는 리매뉴팩춰링(Remanufacturing)의 개념이 그동안 환경보호와 비용절감을 위해 강조돼오던 리사이클링(Recycling)을 대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리사이클링은 한번 사용한 물건, 예컨대 고철이나 종이를 용해해 새 물건의 원료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뜻한다면 리매뉴팩춰링에는 용해과정없이 그 상태 그대로 새로운 제품에 사용하는 개념이다. 리사이클링보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용해비용부담이나 용해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의 부작용도 전혀 없는 청정기술.

이 신문은 이같은 장점때문에 복사기 카메라 제조업체에서부터 자동차, 화학 가구업종에 이르기까지 미국 산업 전반에 리매뉴팩춰링이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FTC)나 환경보호국(EPA)과 같은 정부기관과 의회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회용 카메라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개념을 도입한 이스트만 코닥사의 환경안전국 매니저 케이번 켈시는 “우리는 디자이너들에게 여러번 사용할 수만 있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리매뉴팩춰링용 부품을 넣도록 주문한다”고 말했다.

미 대학의 공업디자인 학과에서는 한번 쓰고 버릴 물건을 설계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리매뉴팩춰링 산업규모만 5백30억 달러에 이를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물론 이 기술이 일상화되기 위해서는 품목별로 안전과 품질 유지를 위해 몇번 사용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정확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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