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클린턴 訪中때 비 쏟아져라』 미묘한 신경전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제발 비만 쏟아져라.”

27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베이징(北京)환영행사를 앞두고 양국 실무자들이 갖는 얄궂은 심사다.

89년 2월 조지 부시 전대통령의 방중 이후 9년여만에 이뤄지는 양국 정상들의 경사스러운 만남에 양국의 실무자들이 화창한 날씨보다 오히려 ‘궂은 날씨’를 바라는 것은 왜일까.

클린턴대통령은 25일 시안(西安)을 시작으로 베이징 상하이(上海) 구이린(桂林) 홍콩 등을 8일동안 방문한다. 물론 국빈방문이다. 중국은 외국 국가원수가 국빈 방문할 때 톈안(天安)문광장의 인민대회장 동쪽 광장에서 21발의 예포발사와 함께 최상의 환영행사를 베푼다.미 정부측 실무자들은 우선 의회의 강한 반발기류를 이유로 들고 있다. 미의회 상당수 의원들은 클린턴대통령이 톈안문광장 환영행사에 참석하지 말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유는 △89년 6월 민주화 시위를 무력진압한 현장 △대미 무역흑자개선노력 미흡 △무기 등 첨단기술의 분쟁지역지원등을 들고있다.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 상원원내총무도 14일 “클린턴대통령이 중국의 대량파괴무기 확산과 인권상황 등에 대해 경고하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가 취소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며 압력을 가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또 97년 대선 당시 중국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

중국측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 방중을 계기로 미의회의 반중(反中)기류가 만만치 않게 일고 있기 때문. 상하원 모두 보수파인 공화당이 다수여서 의회의 분위기를 거스를 경우 미국으로부터 받아야할 MFN 등 경제 및 기술지원이 삭감 내지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톈안문사태 9주년인 달(月)에다 클린턴대통령의 환영행사를 노려 중국내 반체제인사들의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환영행사 장소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 톈안문은 49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상징적인 장소다. 지금까지 외국 국가원수로 톈안문광장 환영행사를 받지못한 인물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뿐이다. 그가 방중했던 89년 5월말 시위대가 톈안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환영행사를 했던 것.

이 때문에 양측 모두 미묘한 입장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묘책’은 비가 오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가 오게 되면 인민대회당 실내에서 환영행사를 하게 돼 미의회의 공격 등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양국 실무자들의 생각이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