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소요 확산… 시민들까지 가세

  • 입력 1998년 5월 5일 21시 46분


수하르토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인도네시아의 대학생시위가 물가 폭등 및 경찰의 과잉 진압과 맞물려 소요사태로 번지는 등 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인도네시아 지원재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경제위기와 정치혼란이 가까운 시일내에 진정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일 밤늦게까지 학생과 시민이 합세해 시위를 벌인 북수마트라의 주도 메단시에서는 차량 방화, 경찰초소공격, 약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순찰차 등 차량 13대가 불타고 60여명이 체포됐다.

한 목격자는 “메단교육대 등의 학생 지도부가 보안군에 의해 구타당하고 병력이 학내로 진입해 학생들을 공격하면서 시위가 폭력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밤 여대생 2백여명중 수명이 학교를 봉쇄하고 있던 보안군들에 의해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위대의 분노가 폭발했다.

일부 노동자와 지식인, 공무원 가족, 일반시민이 시위에 가세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시위는 정부가 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대가로 약속한 경제구조개혁의 일환으로 3일 유류와 전기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급철폐를 발표한 뒤 더욱 격화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철폐 발표 이후 휘발유 가격은 71% 올랐으며 전기요금은 이달 말 20% 가량 오를 예정이어서 연쇄적 물가 폭등과 소요사태 악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럭비공’ 인도네시아가 어디로 튈지 주목되는 가운데 침묵하고 있는 군부의 향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군부는 강경대응을 천명해온 수하르토대통령에게 일단 충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안군이 시민을 공격할 경우 군부내 회교세력이 ‘시민의 수호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내의 혼란이 이처럼 극심한 가운데 수하르토는 별 현안도 없이 9일 이집트 방문에 나설 예정이어서 ‘건재 과시용’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33년간 집권한 수하르토정권이 학생과 일부 시민의 시위정도로 쉽게 흔들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제위기와 장기독재에 대한 불만 및 수하르토가(家)의 전횡에 대한 불만으로 민심이 이반하고 있어 소요의 불길이 시민들에게 옮겨붙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허승호기자·자카르타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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