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실업대란」…인니,1천만 넘어서

  • 입력 1998년 5월 3일 19시 31분


아시아 각국이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실업대란’으로 신음하고 있다.

도산과 실직의 여파로 매일 자살자가 나오고 하루 1백개 이상의 기업이 문을 닫으며 실업자가 하루 1만명씩 양산되는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 태국은 물론 세계의 경제모범생이던 일본이나 고속성장가도를 질주하며 완전고용을 자랑했던 중국도 이 수렁에 빠졌다.

더욱이 실업사태는 경제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길고 긴 실업자의 우울한 행렬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아시아 각국〓실업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인도네시아. 4월말 현재 공식집계된 실업자 수는 9백만명이며 올해 말에는 1천3백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실제 실업자수는 이미 1천3백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일자리를 찾아 인접국인 말레이시아로 월경(越境)하고 있어 외교문제로 번지고 있다.

올 들어 말레이시아당국이 체포한 인도네시아인 불법체류자는 1만9천여명으로 97년 한해동안 체포된 인원의 2배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정부와 국민은 해안 경비병력과 자체 경비인력을 늘리는 등 ‘일자리 지키기’에 필사적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10년간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였으나 올들어서만 1만8천명의 실업자가 발생해 ‘내코가 석자’인 상태다. 사정이 어렵기는 태국도 마찬가지. 태국정부는 최근 실업자가 1백80만명에서 2백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1백만명의 외국인노동자들을 귀국시키기로 했다.

▼일본〓불황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감원조치 때문에 ‘평생직장’을 뼈대로 해온 일본의 고용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3월중 일본의 완전실업률은 2차대전 패전 직후 혼란기를 제외하면 사상 최고수준(3.9%)으로 치솟으면서 실업자가 하루에 1만명 꼴로 늘어났다. △일자리를 떠받쳐온 두 기둥인 제조업과 건설업에서의 대규모 감원 △금융기관들의 통폐합에 따른 인원정리 △생산거점의 해외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로 고용불안은 가속화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계약직 직원수를 작년의 절반으로 줄였다. 히타치(日立)제작소와 이토추(伊藤忠)상사는 경쟁력이 낮은 분야를 분사화(分社化)하는 방법으로 ‘사람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해고된 노동자들의 신고를 토대로 집계하는 중국의 지난해 ‘등기 실업률’은 4%. 그러나 실질 실업률은 5∼8%이며 연말까지 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회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주로 방직 기계 철도산업 분야에서 1천5백여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국유기업 개혁의 여파로 올해 국영부문에서만 1천1백만명의 실직이 예상된다.

위안화 환율 유지방침도 실업문제의 시한폭탄. 위안화 고평가로 중국의 수출산업이 위축될 경우 실업자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허승호기자·베이징·도쿄〓황의봉·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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