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0년만에 최대 공금횡령사건 발생

  • 입력 1998년 3월 15일 21시 42분


‘훙타산(紅塔山)’의 제왕 추스젠(70).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담배인 ‘훙타산’을 제조하는 위시(玉溪)권연창의 공장장겸 훙타연초유한공사의 경영책임자.

그가 구속된후 조사과정에서 나타난 공금횡령액수는 무려 1억4천5백만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 이 사건은 중국 공산정권 수립 이후 50년간의 최대 비리사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사건이 주목받는 것은 횡령금액도 크지만 중국사회의 극심한 부정부패상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

추가 연간 매출액 1백만달러 미만의 지방 중소 국유기업에 불과했던 윈난(雲南)성 위시현의 위시권연창 공장장에 부임한 것은 79년.

그는 남다른 사업안목과 부지런함으로 경영을 맡은 지 17년만인 96년 이 회사를 공식매출액 23억달러의 중국 최대 담배기업으로 키웠다.

경제성장과 함께 담배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적 브랜드로 뿌리내린 훙타산은 날개돋친듯 팔렸다. 훙타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공식가격 1달러인 이 담배는 시중에서 1.5∼2달러에 팔렸다.

추는 공식가격의 출하를 줄이는 대신 시장판매를 늘려 차액을 착복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돼 거액의 국고를 횡령하기에 이르렀다.

담배 판매상들은 물량을 더 따내기 위해 추와 그의 가족에게 뇌물을 바쳤다. 조사 결과 추는 최소한 1백70만달러, 그의 딸은 5백만달러, 아내는 1백만달러 이상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먼저 그의 아내와 딸이 96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됐다. 딸은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훙타산의 해외판매망을 이끌던 추의 아들은 행방을 감췄다. 추는 96년 12월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자 해외로 도주하려다 베트남 국경초소에서 붙잡혔다.

추는 세금을 피해 매년 수백만달러어치의 담배를 수출한 뒤 그의 아들을 통해 이를 중국내로 밀수입해 되파는 수법을 쓴 것도 최근 밝혀졌다.

93년 토미 추이라는 담배판매상은 싱가포르 검찰에 추와 아들의 담배밀수사건에 대한 증언을 하려다 싱가포르 항구에서 시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중국사회의 구조적 부패와 정경유착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첫째 사회주의체제에서의 기업경영의 구조적 모순이다.

중국기업체 간부나 관리들은 기업의 이중장부와 비밀경영을 당연시하는 풍토다. 추의 사례에서 보듯 인위적인 정부가격에 따른 공식보고만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매출액을 보고하지 않는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바보만이 매출액을 정확히 신고한다”는 말까지 나돈다. 대부분 회사들은 여러 종류의 회계장부를 갖고 있으며 총수입과 이익이 얼마인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흔하다.

둘째 정경유착의 고리이다.

추가 오랫동안 세무조사나 회계감사에 걸리지 않고 공금을 착복할 수 있었던 것은 권력의 비호와 뇌물의 위력이었다. 추는 85년 윈난성서기에 임명된 그의 소꿉친구 푸차오주(普朝柱)의 후원을 받는 등 상당한 정치적 보호를 받았다. 푸는 96년 강제퇴직당한 뒤 당국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

윈난성의 기업가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아들인 덩즈팡(鄧質方)도 추를 후원하는 관계였다고 말한다.많지는 않지만 “그는 모든 중국기업체 경영자들이 한 것과 똑같이 했을 뿐”이라며 추를 동정하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황유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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