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허상진/프랑스 사람들의 「신토불이」

  • 입력 1998년 2월 4일 07시 45분


프랑스 파리의 어느 백화점을 가보아도 모두 프랑스 상품이고 수입품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프랑스 국민 40%가 값이 비싸도 항상 자국산을 산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들은 프랑스산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프랑스 자동차업계는 불황이 없다. 국산품을 애용하는 이유는 국내 실업자를 구제해주어야 산다는 사회적 동기, 환경보호 책임, 전통상품이란 점 등이다.자국 상품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자존심과 애국심으로 외국상품을 배제하고 매장을 자신있게 자국산으로 가득 채우는 긍지. TV에서도 수입상품 광고를 본 적이 없다. 자국산이나 자국에서 생산되는 외국 상품이 아니면 광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 같다. 재작년 미국 언론을 이용,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며 프랑스 포도주 수출을 촉진하던 상술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난 한해 동안 포도주 수출규모는 80억달러를 넘었다. 이들에게 “무슨 차를 타느냐”고 물으면 서슴지 않고 “프랑스산”이라며 한국인이 한국차를 타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투다. 프랑스 인구는 5천8백만명인데 외국 관광객이 연간 6천만명이나 된다. 이들이 평균 5백∼6백달러씩 쓴다면 관광수입은 3백억∼3백60억달러다. 반면 프랑스인은 2,3%만이 인근 독일이나 스페인에 가 보았을 뿐 해외여행 경험이 전혀 없이도 잘 살고 있다. 그러니 외화손실을 볼 일이 별로 없다. 해외여행에 별 관심이 없이 절약하고 내핍하는 생활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해외출장을 갈 때도 두가지 이상 목적이 있어야 되고 반드시 자국 항공기를 타야 한다. 프랑스 사람들의 ‘신토불이’는 소비자 스스로 수입품을 기피하고 유통업자도 스스로 자국 상품만 판매함으로써 이뤄지고 있다. 이는 공개적인 범국민 운동도 아니다. 뿌리깊게 내려진 개개인의 자연발생적 묵시적 운동이다. 프랑스 정부가 다른 나라의 압력으로 ‘외국산을 쓰자’고 해도 국민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프랑스인을 만날 때마다 한국인의 외제 과소비를 책망받는 느낌마저 든다. 허상진 (KOTRA 구아중동지역본부장·파리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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