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쿠바도 이젠 세계에 문 열때』

  • 입력 1998년 1월 22일 19시 46분


쿠바에 개혁의 바람을 몰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속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역사적인 5일간의 쿠바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교황은 이날 아바나 국제공항에 도착, 피델 카스트로 쿠바대통령과 어린이를 비롯한 쿠바인들의 영접을 받은 뒤 쿠바국민에게 보내는 도착성명을 발표했다. 교황은 성명에서 “인권은 문명과 인권사회의 기초이기 때문에 쿠바가 자유와 상호신뢰 사회정의 평화가 넘치는 땅이 되기를 기도한다”며 “쿠바가 세계에 문을 열고 전세계도 쿠바에 문을 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쿠바인들은 개인과 국가의 역사를 스스로 선택할 주체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스트로는 교황방문을 계기로 지난 36년간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가 완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교황의 발언에 관심이 집중. 이와관련, 교황은 아바나로 가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그들(미국인)에게 변화를 말할 것”이라며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철회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환영사에서 미국의 경제제재를 ‘대량학살’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은 자신의 독재와 강력한 정치 경제 군사적 힘에 굴복하지 않는 국민에게 기아와 질병 경제적 질식상태로 굴복을 받아내려한다”고 비난. 그는 그러나 “교황이 옹호하는 신념을 존중한다”고 말해 교황이 쿠바공산혁명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22일 카스트로와 공식회담을 가진뒤 23일부터는 산타 클라라, 카마구에이, 산티아고 데 쿠바 등 지방을 돌며 미사를 집전할 예정.교황은 방문 마지막 날인 25일에는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카스트로가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 뒤 저녁 로마로 귀환할 예정. ○…교황방문을 계기로 1천1백만명의 쿠바 국민 사이에는 교황에 대한 환영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교황이 아바나 공항에서 자동차편으로 숙소인 쿠바주재 교황청 대사관저로 행하는 약 20㎞의 도로변에는 수만명의 쿠바인들이 나와 “우리는 교황을 사랑합니다” 등을 연호하며 열렬히 환영. 쿠바는 이날 오후 대부분의 직장이 문을 닫고 학교는 휴교해 교황이 지나가는 연도에 많은 환영인파가 나갈 수 있도록 배려. 거리에는 ‘교황 요한바오로2세, 평화와 희망의 메신저’등 환영구호를 적은 플래카드와 교황청 깃발이 내걸려 도시 전체가 환영분위기. 쿠바의 유일한 일간지인 그란마는 21일 1면전체를 교황방문 기사로 채웠으며, 국영 라디오방송은 국민들에게 “가톨릭 신자 여부와 상관없이 교황이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도로변에 나와 환영할 것”을 촉구. ○…교황의 쿠바방문을 위해 미국 기업들이 항공편은 물론 카페트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기업들로 구성된 ‘미 쿠바무역경제위원회’가 21일 밝혀 눈길. 위원회는 미국 재무부의 사전승인을 받아 약 10만달러의 돈과 각종 물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쿠바방문 미국 가톨릭계 인사들을 위한 전세 항공편까지 조달했다고 공개. ○…아바나 국제공항에는 교황방문 전날인 20일부터 교황방문을 맞아 귀국하는 해외거주 쿠바인들과 이들을 마중나온 가족 친지로 북새통. 특히 오랜 세월 망명생활을 하다 귀국한 반체제 인사들은 포옹과 눈물로 친지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도. 〈아바나AP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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