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는 누구?]도박꾼-자선가 이중 평가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세기의 도박꾼’ ‘사악한 구세주’ ‘자선사업가’…. 3일 내한한 국제금융계의 ‘큰 손’ 조지 소로스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평가도 다양하고 그만큼 소로스의 활동영역도 넓다. 그가 운용하는 퀀텀펀드 등 헤지펀드는 이익이 있는 곳이면 주식 채권 외환선물 등 각종 금융상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 초단기 거래를 통해 냉혹하게 이윤을 남긴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로스재단’을 설립, 장학사업 등 각종 자선사업에 매년 수억달러를 쓰고 있다. 현재 소로스가 운영하는 헤지펀드는 퀀텀펀드 등 7개 이상에 총 1백9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쿼터펀드’ ‘퀀텀 이머징그로스펀드’ 등 알려져 있는 펀드만 2백억달러가 훨씬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퀀텀펀드는 운용자산이 84억달러에 이른다. 89∼92년 일본의 거품경제의 틈새를 노려 거액을 챙긴 뒤 유럽 통화시장,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 세계 원유 및 비철금속 등 상품시장, 마르크화 엔화투기를 해오면서 덩치를 부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 급락하던 동남아국의 통화 폭락세가 곧 끝날 것이라는 그의 말 한마디에 외환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소로스의 막강한 영향력을 잘 말해 준다. 소로스의 퀀텀펀드 등은 지난 92년 여름에는 유럽 화폐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독일 분데스방크의 분석에서 힌트를 얻어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공격을 감행, 일주일만에 15억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지난 26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35%. 그러나 최근에는 별로 재미를 못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지난해 10개월 동안 10.9%의 순자산 증가를 기록한 반면, 퀀텀은 10.6%의 감소를 기록했던 것. 소로스는 특히 아시아 시장의 폭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 증권시장에는 지난 93년 초 뛰어들어 지난해 상반기에 은행주를 대거 사들인 뒤 기아사태로 은행주가가 폭락하면서 손해를 보고 대부분 철수한 것으로 증권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1930년 헝가리계 유태인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난 소로스는 47년 영국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집필한 보수주의 철학자 칼 포퍼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열린 사회재단’을 창설, 자유주의 전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경준·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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