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문명을 극도로 증오한 테러범 시오도르 카진스키(55·일명 유너버머)의 재판이 그가 체포된 지 1년6개월여만인 12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연방법정에서 시작된다.
그는 78년부터 18년 동안 16차례의 우편폭탄 테러를 자행, 3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했다. 그는 미연방수사국(FBI)의 집요한 추적끝에 지난해 4월3일 자신의 오두막집에서 체포됐다. 세계가 경악한 것은 범인이 하버드대 출신에 명문 버클리대 수학교수였다는 지식인이 95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장문(3만5천자)의 「반(反)문명선언」을 기고한 장본인이었다는 사실 때문.
유너버머(Unabomber)란 이름은 그가 체포되기 전까지 수사기관이 컴퓨터 유전공학 등 첨단분야 연구자들로 피해자가 많이 나왔던 대학(유니버시티·Un)과 항공사(에어라인·a)의 앞글자를 따 지었다.
카진스키는 이 선언문에서 「공장들은 파괴돼야 하고 모든 기술서적은 불태워져야 한다」고 주장, 반기술과 인간성 회복을 역설하며 과학기술 문명에 저주를 퍼부었다.
그의 오두막집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무대인 몬태나주의 블랙푸트 강가에 있다. 거기서 그는 전기 수도 전화도 없이 문명을 등진 채 혼자 은둔생활을 하며 반문명 테러를 벌여왔다.
일부에선 그의 반문명선언과 우편테러를 19세기초 러다이트(기계파괴운동)에 빗대며 『현대 물질주의에 대한 피의 경종』이라고 경고했다.
12일 시작되는 재판은 캘리포니아주 연방검찰이 지난해 기소한 것으로 이 지역에서 발생한 4건의 테러만에 관한 것. 이 재판이 끝나면 카진스키는 뉴저지 등 다른 주들에서 잇달아 재판을 받아야 한다.
검찰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카진스키가 정신이상자로 판명돼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것. 반면에 변호인측은 카진스키가 피해망상의식을 동반하는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