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인처 상봉앞둔 日가족들,『40년만의 재회』감격

  • 입력 1997년 11월 8일 08시 17분


북한에 건너간 지 거의 40년만에 고향을 찾게 된 「재북(在北)일본인 처」 15명을 맞는 일본인 가족들의 반응은 설렘과 난감함으로 엇갈린다. 도쿄(東京)가 고향인 김조미(일본명 우다 도요코·宇田豊子·61)씨의 남동생(55)은 『다시 못만날줄 알았던 누나가 온다니 꿈만 같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잠도 제대로 못잘 만큼 마음이 설렌다는 그는 『누나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어릴 때 추억만 이야기하고 함께 부모님 묘소에 성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코쿠(四國)출신의 신수경(일본명 아오야마 후사코·靑山扶佐子·59)씨의 남동생(53)도 『37년만의 재회가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사할린이 고향인 이화순(일본명 하타케 가즈코·畑和子·68)씨의 오빠는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여동생을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구경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향 방문에서 외로움과 쓸쓸함만 느끼고 돌아갈 「일본인 처」도 적지 않을 것같다. 일본명과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일본인처 김광옥씨의 남동생은 『가족문제이므로 일절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깐 만날 생각이다』 『이미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다』 『전혀 관계 없다』는 차가운 반응을 보인가족이나친척도있었다. 이같이 냉담한 반응은 이른바 「조선인」에 대한 일본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관련된다. 혈육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 북한으로 건너간 사실이 주변에 알려질 경우 곱지 못한 눈총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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