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혼인빙자 콩팥절도」『떠들썩』…가해자,수술후『줄행랑』

  • 입력 1997년 10월 26일 19시 37분


맥너트(왼쪽)
맥너트(왼쪽)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이른바 「혼인을 빙자한 장기절도」사건이 미국여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가해자는 리처드 맥너트(64)라는 이름의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는 하버드대 출신의 사업가. 피해자는 도로시 조하(56)라는 이름의 신데렐라를 꿈꾸는 이혼녀와 그녀의 남동생 존 돌(55)이다. 이 이야기는 이달초 이들 불쌍한 남매가 맥너트를 장기절도 죄로 고소하며 15만달러(약1억3천5백만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워싱턴 포스트지 등 매스컴을 타면서 전국에 알려졌다. 고소장에 따르면 맥너트는 94년 조하와 만나 결혼을 약속했고 돌은 1주일에 3번씩 신장투석기 치료를 받고 있던 장래의 매형을 위해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줬다. 돌은 누이인 조하가 맥너트에게 자신의 신장을 떼주려고 병원을 찾아 다녔으나 모두 적당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고 좌절하자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을 희생했다. 조건은 단 하나, 누이의 행복뿐이었다. 돌은 맥너트에게 평생동안 누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다짐만을 요구했다. 이밖에 그가 맥너트에게 바란 것은 수술후 후유증을 우려, 생명보험을 하나 들어주고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생활비 5천달러(약4백50여만원)를 달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맥너트는 정작 3번 이혼을 하고 주유소와 편의점 체인을 소유하며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 다니는 바람둥이였다. 그는 96년 7월 2일 돌로부터 신장을 이식받고 퇴원하자마자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수술후 몸조리 때문에 그달로 예정됐던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는 것. 이후 연락이 끊겼다. 불안하지만 여전히 그가 선물한 약혼반지를 끼고 있던 조하는 맥너트가 올 7월 다른 여자와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철저히 농락당했음을 깨달았다. 맥너트는 생활비 5천달러도 주지 않았고 생명보험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조하와 돌 남매는 돈이 아니라 다른 두 가지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하나는 돌의 신장이고 또 하나는 조하의 사랑이었다. 〈윤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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