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예비회담 안팎]韓-美,강경한 北에 『곤혹』

  • 입력 1997년 9월 19일 20시 11분


『이번에는 정말 북한의 카드를 못읽겠다』 2차 예비회담 첫날인 18일오후 북한의 요구로 남북한과 미국대표간의 3자 비공식접촉을 가진 뒤 나온 한국측 대표의 푸념이다.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반반으로 내다봤던 한국측 대표단은 북한측의 경직된 분위기에 부닥치자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계관(金桂寬)수석대표 등 북한대표단은 회의장에 입장할 때 1차회담 때와는 달리 얼굴이 굳어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는 등 냉랭한 표정들이었다. 실제로 북한측은 3자 비공식접촉에서도 『한국은 외국에서 비싼 무기를 사들이면서 동족에게 식량원조를 하는데는 인색하다』며 한국을 공격했다. 또 『본회담 의제에 주한미군문제와 북―미평화협정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우리측의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강경하게 나왔다. 한국대표단은 북한측이 강경하게 나오는 원인을 다음의 두가지로 추론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과거 북한은 회담타결 직전 굉장히 강한 자세를 보이다가 전격적으로 합의에 응하는 전례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타결이 임박한 것 아니냐 하는 기대섞인 분석이 있었다. 부정적인 시각은 북한의 군부 강경파들이 식량지원을 보장할 때에만 4자회담을 받아들이라는 주문을 해 협상대표단의 입지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북한측이 식량만 보장되면 의제에 합의할 수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 이런 추론의 배경이다. 북한은 그러면서 『모든 것이 시기가 있는 법이며 지금이 예비회담에 합의할 때』라는 우리대표단의 설득에 대해 『한미 양국의 입장을 심각히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해 일말의 희망을 주기도 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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