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33개국 167편 상영…내달 10일부터

  • 입력 1997년 9월 19일 07시 53분


국제 영화제는 잘 차려진 뷔페와 비슷하다. 얼른 봐서는 그 수와 양에 질려버리기 쉽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각기 나름의 맛을 지닌 성찬이다. 10월10일 개막되는 제2회 부산영화제는 지난해보다 수준높고 재미있는 영화들로 가득하다. 지정좌석제 도입 등 운영상에서도 지난해의 시행착오가 많이 보완돼 편리하고 질서정연한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 33개국 1백67편으로 10월18일까지. 우선 영화제의 얼굴이라고 할 개막작과 폐막작이 모두 홍콩출신 감독에게 돌아간 것이 눈에 띈다. 개막 작품은 「스모크」 「조이럭 클럽」으로 잘 알려진 웨인 왕 감독의 「차이니즈 박스」. 중국귀속 이후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홍콩을 무대로 세사람의 운명과 역사를 말하는 작품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궁리 장만위(張曼玉) 주연. 이 작품을 개막 영화로 꼽은 데는 작품 자체 요소 외에 또다른 뜻이 있다. 내년부터 부산영화제에 아시아의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프리마켓(Pre―market)을 열기 위한 사전 탐색 작업의 하나라는 것. 주최측이 PPP로 이름지은 이 프리마켓은 독립영화감독 및 프로듀서들을 초청해 투자자 배급자 등과 연결해줌으로써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영화발전의 디딤돌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들어있는 계획이다. 「차이니즈 박스」는 프랑스 일본 영국 미국 홍콩의 5개 나라 자본과 인력이 투자된 영화여서 PPP의 모델이 되기 충분하다는 것. 폐막작은 홍콩의 대표적 여성감독인 쉬안화(許鞍華)의 멜로드라마 「반생연(半生緣)」이다. 이밖에 홍콩 영화는 왕자웨이(王家衛)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무삭제로 상영되며 △게이와 사회의 관계를 그린 슈 케이 감독의 「퀴어 스토리」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메이드 인 홍콩」(프루트 첸 감독) 등 최신작과 △「아비정전」 「영웅본색」 「천녀유혼」 「외팔이 복서」 「당산대형」 등 추억의 명작들이 「홍콩영화 회고전」이란 이름으로 리바이벌된다. 유명감독 쿠안진펑(關錦鵬)과 쉬안화 등이 연출한 홍콩에 관한 다큐 3편도 상영될 예정. 아시아 영화들을 고른 안목은 단연 돋보인다. 최근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일본 작품 「하나비」(기타노 다케시·北野武 연출)가 일찍부터 초청작 목록에 올랐고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맛」, 그와 함께 이란 영화계의 쌍두마차인 모흐센 마흐말바프감독의 「가베」,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이라 할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일본의 「수자쿠」(가와세 나오미·河瀨直美 연출) 등이 국내에 첫선을 뵌다. 이중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내한한다. 「월드 시네마」부문에서는 세계 50개 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벨기에의 「약속」(뤽, 장 피에르 다르덴 형제 연출)과 러시아 알렉산드르 소쿠포르 감독의 「어머니와 아들」 등이 소개된다. 그리고….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 관람을 원하는 팬들은 계획을 잘 짜야 할 것 같다. 인터넷과 PC통신 천리안 나우누리에 들어가면 출품작에 대한 안내와 개인 스케줄 작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www.piff.or.kr 〈신연수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