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작에 김빠진「파나마운하 회의」…3國정상만 참석

  • 입력 1997년 9월 9일 20시 09분


7일부터 나흘간 예정으로 파나마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파나마운하 국제회의」가 중국과 대만의 외교전 때문에 엉망이 됐다. 파나마는 미국과의 파나마운하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아 이번 회의를 개최, 개통된지 83년이나 된 이 운하의 현대화를 위한 지원을 각국에 호소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그러나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이 참석키로 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중국이 파나마에 각국 정상의 초청을 취소하라고 요구했기 때문. 중국은 클린턴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에게도 참석하지 말도록 종용했다. 결과는 중국의 일방적 승리였다.참석예정이던 대부분의 국가원수들이 참석을 잇달아 취소했다. 아난총장도 『리총통과 함께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의개최비용의 절반인 80만달러를 쾌척했고 운하현대화 자금으로 3억달러를 내놓기로 하는 등 이번 회의를 자신과 대만의 국제적 위상제고 기회로 삼으려 한 리총통만 난처해졌다. 회의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그리고 대만 등 3개국에서만 정상이 참석하는 초라한 회의로 전락하고 말았다. 70명의 관리와 2백명의 경제계대표, 1백97명의 보도진 등 대규모 참가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가한 리총통은 「국제적 위상의 열세」를 곱씹어야 했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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