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절반인 34년 동안을 「도망자」로 살아온 영국의 전설적 열차강도 로니 빅스(68)가 13일 환하게 웃었다. 이날 영국과 브라질 사이에 체결된 범인인도협정이 비준된 가운데 브라질 외무부가 『설령 영국정부가 체포를 요청해 오더라도 당장 이에 응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빅스는 지난 63년 8월8일 대낮 동료 15명과 함께 잉글랜드 버킹엄셔를 지나는 로열우편열차를 습격, 현금 2백63만파운드(약 63억원)를 탈취한 대도(大盜). 그의 드라마틱한 범행은 「대열차강도」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전세계에 알려졌다.
빅스의 유명세는 열차강도 사건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경찰에 체포돼 런던의 감옥에서 15개월을 복역하던중 교도소 벽을 뚫고 탈출, 이후 경찰과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도망자의 삶을 시작했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고 호주를 거쳐 브라질로 숨어 든 것이 지난 70년. 빅스는 이후 자신의 「무용담」을 책으로 펴내고 TV토크쇼 등에도 출연하는 유명인사가 됐다. 최근에는 네티즌들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www.bscene.com.au/biggs/)도 개설, 도망자의 삶을 온세상에 알리고 있다.
그는 브라질 정착후 결혼, 아들을 낳은 덕분에 23세 이하 미성년자의 보호자에 대해서는 최대의 관용을 베푸는 브라질 법체계의 보호 아래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문제는 아들 마이클이 오는 9월 24세가 돼 법의 보호막이 사라지게 되는 것.
빅스는 영국과 브라질간 범인인도협정 비준이 확실시되자 브라질과 영국 변호사들을 급히 고용, 대응책을 찾고 있다. 일단 브라질 외무부가 그의 편을 들었지만 그의 송환과 관련한 최종 결정은 브라질 대법원이 쥐고 있는 만큼 아직 절대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빅스는 느긋하다. 『나는 결코 잡히지 않는다. 과거에도, 지금도 운이 억세게 좋았고 앞으로도 운이 좋을 것이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