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휴가열풍/각국 특성]달러강세 美, 유럽여행 붐

  • 입력 1997년 8월 1일 19시 51분


지구촌은 지금 휴가열풍에 휩싸여 있다. 대부분 자연을 찾아 일상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생활의 활력소를 되찾고자 하는 점은 공통적이다. 그러나 각 나라 국민은 국민성과 형편에 따라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진 휴가문화를 갖고 있다. 영국이나 독일인은 「연중기획형」, 러시아는 「부업형」, 중국은 「공원벤치형」 등 다양하다. 주요 국가의 휴가특성을 소개한다.▼ 프랑스 ▼ 바캉스라는 말이 프랑스어에서 나온 것처럼 프랑스 국민은 여름휴가를 특히 중요시한다. 대통령 총리 등 고위정치인들에서부터 일반인들까지 철저히 휴가를 즐긴다. 연간 4주 가량 휴가를 쓰는 프랑스인들은 「7월족(族)」 「8월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7∼8월에 남부 지중해 해변 등지로 집중적으로 휴가를 떠난다. 7월31일과 8월1일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과 가는 사람들로 도로가 붐비는 것도 이색적이다. 때문에 여름한철 파리시는 텅빈다. 프랑스인들은 휴가중 여러 곳을 다니기보다 어느 한곳에 머물러 휴식을 취하고 독서 등을 하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는다. 〈파리〓김상영특파원〉 ▼ 미국 ▼ 2차대전 이후 가장 긴 호황을 맞고 있는 미국은 올 여름 휴가기간을 맞아 어느해보다 여행붐이 불고 있다. 대부분 가까운 산과 바다에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나 달러화 강세에 힘입어 유럽 여행이 급증하고 있다. 4천∼1만4천달러를 호가하는 12일짜리 알래스카 호화유람선 여행티켓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국 여행업계는 6∼8월까지 휴가기간에 무려 2억3천여만명이 국내외 휴가여행에 나서 최근 보기드문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 일본 ▼ 일본에서는 올 들어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고 여행사간에 단체여행 가격할인 경쟁이 불어 「휴가〓여행」이 더욱 정착해가는 분위기다. 일본교통공사는 7, 8월 두달간 여름휴가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지난해보다 29% 늘어난 8천2백55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3분의2가량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해외여행객만도 3백19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선호하는 여행지는 미국 유럽 호주이지만 여행경비가 싼 동남아와 한국도 인기다. 여행패턴도 현장을 꼼꼼히 둘러보는 실속형. 〈동경〓권순활특파원〉 ▼ 중국과 홍콩 ▼ 면적이 서울의 1.8배에 불과한 홍콩 주민들은 3박4일 패키지 여행이 30만원선으로 싼편인 필리핀 등 동남아를 즐겨 찾는다. 홍콩이 반환된 올 여름에는 자녀들을 데리고 중국대륙의 북경 서안 계림 소주 항주 삼협 등지를 찾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반면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중국대륙의 서민들은 국내 다른 곳으로의 피서여행에도 부담을 느낀다. 따라서 북경시민들의 경우 가까운 공원을 찾아 휴식을 취하면서 일상적인 업무에 시달리지 않는 것에 만족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이나 「힘」있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중국 최고위층이 매년 휴가를 가는 여름휴양지 북대하(北戴河)등을 찾는다. 〈북경·홍콩〓황의봉·정동우특파원〉 ▼ 러시아 ▼ 자본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여름휴가기간에 부의 격차, 신분의 격차를 실감케 한다. 속칭 「노브이 루스키」라고 불리는 신흥부유층들은 서구의 재력가 못지않게 전세 요트로 초호화여행을 즐긴다. 반면 생계가 빠듯한 서민들은 휴가기간에 부수입을 올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구 소련시절 무상으로 분양받은 「다차」(일종의 주말농장)에서 감자 채소 과일나무 등을 돌보며 이곳에서 수확한 것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들은 해외여행과 보따리 장사를 겸한다. 각종 물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나 이스탄불 바르샤바 프라하 등의 패키지 여행상품이 인기다. 〈모스크바〓반병희특파원〉 ▼ 영국과 독일 ▼ 이 두나라는 한해 계획속에 그해 여름휴가계획을 마련, 알뜰하게 휴가를 보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휴가를 위해 1년을 굶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을 절약했다가 휴가비로 쓴다. 한해 30∼40일간 휴가를 보내는 영국인들은 70% 이상이 유럽 대륙 등 해외로 여행을 한다. 비용이 싼 기간과 장소 등을 골라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영국인의 여름 휴가는 1년전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치밀한 성격의 독일인들도 최소 1년전에 계획을 세우고 6개월전에 교통편과 숙박지를 예약한다. 따라서 공무원들이나 직장인들은 연초에 회람되는 휴가계획서에 일찌감치 휴가날짜를 잡는다. 독일인들은 가족단위로 조용한 시간을 즐기는 게 보통이며 햇빛을 찾아 지중해로 떠나는 사람이 많다. 스위스등 알프스 산자락에 사는 주민들은 여름휴가가 없다.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을 맞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본〓이진령·김상철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