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저가 아니다』는 뼈있는 조크를 던졌다.
지난 94년 공화당출신으로는 40년만에 맡은 하원의장직을 4년째 누리고 있는 그는 심복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한 시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권력의지를 이 한마디에 함축한 것이다.그러나 시저와 그의 차이점은 오히려 그에게는 그를 배반한 심복들이 너무 많았다는데 있다.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를 의장직에서 축출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심복들은 실패가 확인된 뒤에는 너도나도 음모에 가담한 사실을 부인하며 깅리치에게 충성을 다짐했지만 28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건의 전모를 보도하면서 이들의 이중배반과 거듭된 거짓말을 낱낱이 드러냈다.
공화당의원들의 반란모의는 지난 10일에 있었다. 깅리치가 의장으로서는 의정사상 처음으로 도덕적인 문제로 견책을 당하고 벌금 30만 달러를 문 뒤에도 독선적인 원내 운영을 비롯, 백악관과 원칙없는 타협으로 일관하자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추진했다. 참석자는 17명.
무엇보다 이들은 깅리치의 심복으로 알려진 당내서열 5위까지의 지도부가 모두 동참키로 한 사실을 전해듣고 고무됐었다. 반란진압의 공로를 과시해온 제2인자 딕 아미 원내총무조차 전날 고위간부 회합에서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며 묵시적으로 동조한뒤 의장직을 승계할 뜻을 비쳤다는 것.
그러나 그는 깅리치에게 반란모의를 고자질함으로써 반란을 예비음모단계에서 봉쇄했다. 그가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선 이유는 뭘까. 워싱턴포스트는 의원들 다수가 차기의장으로 아미보다는 당서열 4위 전국공화당간부회의 의장 빌 팩슨을 지지한 사실을 적시했다.
반란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주장해온 톰 드레이 수석부총무는 반란의 실질적인 배후조종자로 판명됐다. 이와 함께 존 뵈너 의원총회 의장도 쿠데타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부회의 의장직을 사퇴한 팩스의원도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반란모의와 관련, 깅리치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공화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깅리치를 중심으로 다시 뭉치자고 결의했지만 이번 반란 모의와 무산 과정에서 드러난 지도부들의 위선은 새로운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관측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