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청문회]아시안인은 「밥」인가?

  • 입력 1997년 7월 10일 20시 24분


존 황
워싱턴 한인회장을 지낸 崔炳根(최병근·50·MTN사대표)씨는 미국 상원의 민주당 선거자금 청문회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자칫하면 청문회가 미국에 사는 1천만 아시아인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해 선거자금 스캔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면서 아시아인들은 미 정치인들에게 뒷돈이나 대고 불법로비나 일삼는 그런 종족으로 그려져 왔다』며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개탄했다. 공교롭게도 빌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에 불법헌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시아인이다. 중국계의 존 황(전 민주당 재정담당)이 그렇고 클린턴의 소송비용 64만달러를 모아줬다가 증언대에 서게 된 아칸소주의 중국식당 주인 찰리 트리도 그렇다. 가장 많은 자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진 제임스 리아디는 인도네시아 대기업 리포그룹의 실질적 소유자. 한국인도 있다. 2만5천달러를 민주당에 기부했다가 돌려받은 청암 아메리카의 존 리가 바로 그 사람. 청문회가 진행되면 이들은 싫든 좋든 증언대에 서야 한다. 증언대에 서야 할 아시아인 또는 아시아계 미국인들만 10명이 넘는다. 청문회 의원들이 출장 대상국으로 거론하고 있는 아시아국가도 한국을 포함해 8개국에 이른다. 선거자금 스캔들을 가리켜 「아시아게이트」라는 자조의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아시아인들은 청문회가 「인종차별주의」에 의해 추진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의 금융인 신 밍 쇼는 지난 4월21일자 뉴스위크지에 기고한 글에서 『아시아인들이 민주당 선거자금 스캔들의 주역이라면 이는 코미디』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회사인 리포그룹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문제에 대한 클린턴의 인권정책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돈을 줬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할 것』이라며 미국인들이 엉뚱한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청문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로버트 토리첼리 의원(뉴저지)은 8일 『이번 청문회가 근면하고 검소하게 살아온 자랑스런 아시아인들에게 모욕을 주는그런 무대가 되어서는안될 것』이라고경고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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