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6년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당당하게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통합사령부를 뛰쳐 나왔다. 3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프랑스의 복귀문제에 대해 「맘대로 하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비해 프랑스는 체면을 유지한채 복귀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고 있다.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핵실험을 강행하면서까지 독자적 방위체계를 구축해온 프랑스의 콧대가 겉으로는 많이 꺾인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프랑스가 NATO에 완전복귀하려는 데는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다.
프랑스는 99년 화폐통합으로 경제통합을 완성한후 정치통합까지 목표로 삼고 있는 유럽연합(EU)이 독자적인 방위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통합화폐인 유러(EURO)에, 군사적으로는 프랑스의 핵무기에 EU체제 유지의 버팀목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 프랑스의 구상이다.
그러나 현재 EU회원국들이 참여하는 군사동맹 서유럽동맹(WEU)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래서 프랑스는 「서유럽의 자체방위시스템은 현실적으로 NATO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인식아래 「NATO의 점진적 유럽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가 미국에 △남부지역사령부의 지휘권이양을 요구한 것이나 △더 많은 동구국가들의 NATO 가입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그러나 지난 30여년간 NATO를 주도해온 미국은 프랑스의 복귀여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미국화한 NATO」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프랑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남부지역사령부는 미국의 해외병력중 최강인 제6함대를 주력으로 하고 있고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해와도 직결돼 있어 미국으로서는 양보하기 힘든 카드. 이때문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카드를 잘못 빼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드리드〓김상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