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인수합병 바람]찬반 의견

  • 입력 1997년 6월 8일 19시 58분


▼ 긍정론 ▼ 「기업사냥꾼」은 기업의 적인가. 한때 미국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이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인수합병(M&A)전문가 리처드 기어는 부실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킨 후 제삼자에게 되파는 「부실기업의 후견인」쯤으로 탈바꿈하는 등 90년대 이후에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훨씬 따뜻해졌다. 이같은 변화는 M&A에 대한 경제학계의 합의에 크게 힘입었다.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90년대초까지 M&A의 순기능이 큰지, 부작용이 큰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전개됐다. 논쟁은 「순기능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완전히 종식된 상태. 특히 80년대엔 M&A가 자본이득을 위해 주로 이뤄졌지만 90년대엔 기업생존전략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M&A가 미국경제 활성화의 주요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에서 이뤄진 1천건의 M&A사례를 분석, 설립자의 동의없이 이뤄지는 적대적 M&A가 우호적 M&A보다 50%가량 효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승련기자〉 ▼ 부정론 ▼ 인수합병(M&A)이 「기업생존의 마지막 출구」처럼 받아들여지는 추세지만 일각에서는 M&A가 공룡기업을 출현시켜 독점을 초래,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는다는 지적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석유업체인 텍사코와 셸의 공동자회사 설립계획, 사무용품판매업체인 오피스데포와 스테이플러즈의 합병계획 등을 놓고 미국의 소비자단체 법조계 지자체 등은 「가격인상의 우려가 크다」며 반발, 독점을 금지해달라고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정보통신업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거리전화 회사 AT&T와 지역전화회사 SBC가 최근 5백억달러(45조원 상당)의 매수대금을 놓고 진행하고 있는 합병협상에 대해 미국의 정보통신업계에서는 「합병으로 경쟁이 활성화되지 못할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돌아가는 이익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합병이 이뤄지면 종업원 24만명에 연매출액이 8백억달러에 달하는 공룡기업이 탄생,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허승호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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