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죽어가면서도 8명의 자녀들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살기를 간절히 바라던 모정. 어려운 살림이지만 그 부인의 자녀 8명을 한꺼번에 입양한 중년부부의 사랑. 성조지 14일자는 미국에서 있은 감동적인 입양스토리를 다뤘다.
미국 텍사스주 라레도에 위암 말기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38세의 여인이 있었다. 이름은 블랑카 엔리케스. 불법이민자에 남편도 없는 그녀에게 삶은 고단함 자체였다. 그러나 여인은 홀가분하게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고아로 남게될 19개월 젖먹이부터 17세까지 8명의 아이들 때문이었다.
딱한 사정이 이웃으로 전해져 입양을 타진하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8명 전부가 아니라 몇 명만 입양하려는 것이었다. 블랑카는 울부짖었다.『내 아이들은 짐승이 아닙니다. 하나는 여기, 하나는 저기 그런 식으로 나눠줄 수는 없어요』
구원의 손길은 1천6백㎞나 떨어진 먼곳에서 뻗쳐왔다. 일리노이주 록포드에 사는 말라볼티 부부는 멕시코에서 3명의 형제를 입양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던 참이었다. 부부는 우연히 주위사람으로부터 블랑카부인의 얘기를 듣는 순간 입양을 결심했다.
엔지니어인 남편 알과 고등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부인 로즈는 올해 결혼 24년째로 이미 8세부터 21세까지 3남1녀를 두고 있었다. 친구와 가족들이 입양을 반대했지만 이들의 마음을 바꾸진 못했다. 초등학교시절 선생님의 고아원시절 얘기를 듣고 어른이 되면 고아들을 입양해 키우겠다고 다짐했던 로즈는 더욱 결연했다.
입양절차를 밟던 날 블랑카는 병실에서 아이들의 새 엄마가 될 로즈를 처음으로 만났다. 블랑카의 질문은 단 한가지.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 주실건가요? 이 아이들은 내 생의 전부이자 유일한 재산입니다』 로즈가 블랑카의 손을 잡았다. 『하나님이 보실때 모든 아이는 귀한 존재예요. 최선을 다할게요』 블랑카가 한 아이 한 아이의 서류에 서명을 하며 작별인사를 하자 병실은 흐느낌으로 가득찼다.
그로부터 한달뒤 블랑카는 세상을 떠났고 아이들은 새 가정을 찾았다. 말라볼티집안에는 8명의 식구가 늘었다. 북적대고 넉넉하지 않은 생활이지만 그들은 일요일 저녁이면 손을 모아 블랑카를 위해 기도한다.
〈고진하 기자〉